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미 트럼프 정부가 우리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하여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를 허물려는 시도를 완전히 봉쇄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국 재무부가 문재인의 방북 마지막 날인 9월 20~21일 우리 대한민국의 7대 은행들을 전화로 불러(컨퍼런스콜) “북한과 거래한다는 오해를 살 일을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즉 국내 7개 주요 은행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이 미 재무부로부터 사실상의 ‘세컨더리 보이콧’ 사전 경고를 받았다. 이는 우리 정부가 최근 ‘5.24 대북 제재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검토하고, 여러 측면에서의 경제 협력을 모색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풀려는 데 대해 미리 경고를 한 것이다

이같이 미국 재무부가 우리 대한민국의 은행들과 전화 회의를 연 것은 국내 은행들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 주의보라 할 수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 및 기업과 거래를 한 제3국 기업과 기관을 미국법에 따라 제재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측은 우리 국내 은행들과의 회의에서 과거 이란을 상대로 한 ‘세컨더리 제재’가 우리 대한민국에서 시행된 예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제재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은 곳은 이란 멜라트은행(BANK MELLAT)과 이란 석유화학기업(IRAN PETROCHENMICAL COMMERCIAL) 2곳이다. 이들은 지난 2010년 영업이 중단됐다. 미국 재무부가 멜라트은행의 해외지점 3곳(아르메니아, 터키, 한국)을 제재하자 우리 금융당국이 금융 제재 대상자(이란)와 외국환 거래를 할 때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도록 한 외국환거래법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며 외국환 업무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지난 10월 4일 미 재무부는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수정한 대북 제재 리스트 총 466개 대상에 대해 ‘세컨더리 제재 주의(Secondary Sanctions Risk)’라는 문구를 넣은 바 있다. 미 재무부의 ‘세컨더리 보이콧 경고’는 이른바 ‘제재 구멍’을 겨냥한 선전포고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와 미국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의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사전 조치로 보인다.

이란과 러시아에 사용하던 ‘제3자 제재’를 제재명단에 있는 북한 기관이나 개인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경고로서, 제재 대상은 310개에 이른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 관련 제재 수위를 강화한 것이다. 동맹국 은행이라도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세컨더리 제재’ 시 미 달러시장에서 퇴출됨으로써, 사실상 파산에 이르게 된다. 미국은 이란 제재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 핵 포기를 이끌어냈다.

미국과 우리 국내 은행들 사이의 회의 이후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금융정보분석원(FIU) 주관으로 은행권 준법감시인 간담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대북 제재 위반 오해를 살만한 일을 하지 말고 해외점포 관리강화 등에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미국 재무부와 통화했던 우리 대한민국 은행들의 준법감시인(부행장)들도 내부단속에 들어갔다. 다만 미국 측에는 “그동안 대북 제재를 잘 지켜왔고 앞으로도 준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 대북 제재 위반으로 ‘세컨더리 제재’를 하면 국제 금융망은 물론 미 달러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으로 파산이나 다름없다.”면서, “지난 7월엔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밀반입되는 과정에 국내 은행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것처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거래도 대북 제재 위반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 재무부가 접촉한 우리 은행들은 대부분 북한 연구와 관련 조직 확대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던 곳들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남북경협연구단을 신설했다. 기업은행도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운영하며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KB금융경영연구소 산하에 북한금융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자문위원을 위촉했다. 북한 전문가를 뽑기 위한 채용 절차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도 신한금융지주의 주도로 대북사업 전략을 준비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남북하나로금융사업단 태스크포스(TF) 발족을 준비 중이다. 북한에서 지점을 운영했던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남북 경제협력사업 재개에 대비해 각각 개성공단 지점과 금강산 지점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미 재무부의 국내 은행들에 대한 대북 제재 준수 요구는 ‘대북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동맹국 은행이라도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낸 미 재무부의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 배경에는 대북제재 허물기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대한민국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북한 쪽으로 너무 가까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상당히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계속 대가가 따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외 없이 적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