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暎根 주필. 한동대 특임교수

중국 지린(吉林)대학교 리샤오(李曉) 경제대학원장이 졸업식 축사를 겸한 특강에서 미중(美٠中) 패권경쟁에 중국 국민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진솔하게 말한 내용을 지난 8월, 인터넷에서 보았지만, 중국 같은 전제주의 국가에서는 어림도 없는 수작이라고 단정하고 덮어버렸다.

그런데 ‘월간조선’ 10월호에서 이 사실을 다시 접하였다. “美٠中 무역전쟁 주도권은 중국 손안에 없다”라는 제목의 전문을 한양대 황효순 교수가 번역한 것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가 없었다.

필자는 중국 지린대학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1992년 등사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에 이어 1993년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체제를 도입하고, 닫혀 있던 죽(竹)의 장막을 과감히 걷어낸 중국은 살아있는 생선과 같이 신선하고 팔팔하였다.

중국의 각 성(省)은 중앙정부의 통제 없이 독자적으로 외자를 유치해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데 목적을 두고 고위 관리나 학자들이 민간외교를 펼치면서 한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갈망했다.
당시 필자는 꽤 인기 있는 강사였다. 1년에 약 250시간 이상 전국에서 순례 강의를 하고 있었고 강의 때마다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것이 좋은 인식이 되었는지? 중국 고위급 공무원들에게 실무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던 설용수 박사(현 평화통일단체연합 상임대표)의 적극적 추천으로 1993년 지린대학 정치학부 객좌교수로 임용되는 영광을 입었고, 장춘시 호텔에서 특강도 하였으며, 답례로 대학원장 왕혜암(王慧岩) 박사가 포항예술회관 강당에서 포항시 공무원들에게 특강도 하였다.

필자는 언제나 중국 편이었고 중국의 발전은 북한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 통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찬양하였다. 그런 중국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진 결정적인 계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으로 가서 시진핑에게 홀대받고 혼밥을 먹게 한 사건이며, 한국 대통령을 수행한 기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서도 사과 한 마디 없는 것을 보고 중국은 국제관례조차 모르는 야만적 패권국가 이하도 이상도 아니라고 단정하였다.

더욱이 사드 배치 문제를 갖고 한국에 가한 행패는 아직도 대한민국을 자기들에게 조공 바치던 조선왕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적개심마저 갖게 하였다.

이런 몰상식한 중국이 때를 잘 만나 경제적으로 부유해지자 세상이 돈짝만 하게 보이는지 미국과 맞짱을 뜨겠다고 거들먹거리다가 지금 혼쭐이 나고 있는 이때, 중국의 살아 있는 지성이 사자후를 토한 것이다.

리샤오 원장은 미 ٠ 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였고 세상을 판단하는데 이성(理性)보다 감정이 더 앞서고 비이성적인 사고들이 가득한 사회가 된 것은 농경민족의 근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농민과 상인의 차이는 농민은 감성이 이성을 앞서고, 상인은 이성이 감성보다 앞선다고 하였다. 실리적이지 못하고 선동적 명분만을 쫓다가 더 큰 대의를 상실하는 중국 인민들의 무분별한 심리적 공황을 꾸짖은 것이다.

즉, X놈 때를 벗지 못한 중국 국민들에게 한 말인데, 또 하나 경고는 미 대통령 트럼프를 가볍게 보지 말라는 충고도 있었다. 2016년 상하이에서 출간된 중국어판 트럼프 자서전 《절대 포기하지 마라(Never give up)》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권고하였다.

그는 트럼프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면서 “그를 너무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하고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를 ‘변덕스러운 사람’이라는 인식이 우리가 트럼프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아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였다. 어쩌면 리샤오 원장의 경고는 우리 한국 국민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되씹어 보아야겠다.

특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역사’의 지적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무서운 교훈이 되고 있다. 1960년부터 1980년대 말까지 미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던 일본의 거만이 직격탄을 맞고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경제 대국 2위 자리를 중국에 빼앗긴 사례 등은 또 다른 역사적 게임의 시작이라고 경고하였다.

이 글을 읽으면서 강한 충격을 받은 것은 중국이나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에 반미를 외치면서 겁 없이 도전하는 것은 죽음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리샤오 원장은 지금 중국 국민들이 미 ٠ 중 무역전쟁에서 ‘모든 대가(代價)를 치르더라도’하는 객기를 부리고 있다면서, 이는 권법으로 서양을 몰아내자는 운동인 다이톈추(戴季陶٠1891년~1949)의 ‘지식상의 의화단 이론’의 재판이라고 하였다.

오늘 한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종북 ٠ 친중 좌익세력들은 ‘미국은 우리의 주권을 찬탈’하는 제국주의 국가라면서 오늘도 미 대사관 앞에서 극렬한 반미시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천여 년 동안 조선에 종주국 행세를 하면서 우리를 괴롭혀 오던 중국에 대하여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세력이 또한 좌익들이다.

냉혹한 국제정세는 ‘정글의 법칙’만이 통한다. 우리가 살아남는 현명한 길은 무엇일까? 우리도 ‘지식상의 의화단 이론’에 매달려 이성적 세계관을 상실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자성의 시간이 지금처럼 절실할 때가 없다.

리샤오 원장의 이번 특강은 진정으로 중국을 사랑하였기에 모든 것을 초월하고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의 무사함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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