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먹거리, 친환경 농업이 몸에 좋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확고한 철학이 없으면 유기농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무성한 풀밭, 못난 과일, 벌레 먹은 농산물…. 일반농사보다 몇 배나 더 힘들고 손이 많이 간다. 이익을 바라고서는 나올 수 없는 값진 결과물이다.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길 278에 위치한 한빛농장을 찾았다. <편집자 주>

◇ 건강을 생각하는 친환경농업 실천
한빛농장은 1992년부터 동해안 청정 해역인 영덕군 영해면에서 1992년부터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소규모 농장이다.
이진룡 대표는 “평소 관심이 많아 퇴직 후 귀농을 결심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아내와 하나하나 준비를 했다. 원래 직업이 종합병원 임상병리사었고 아내는 미술학원 원장이었다. 초기에는 직업과 농사를 병행한터라 밤늦게 농장에 도착해 헤드 랜턴을 켜고 새벽까지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남들은 그것도 농사냐고 손가락질 했지만 그것을 올바로 봐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냉대에도 흔들리지 않았다”며 “땅을 살리고 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소신을 잃지 않고 유기농농사를 계속했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 우리들 식탁을 살리는 마음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부의 열정과 노력은 유기농인증, 유기가공인증, HACCP인증으로 이어졌다. 2014 전국친환경품평회 과일부문 대상(국무총리상)과 경북인환경농산물품평회 과실부문 사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한빛농장에서는 퇴비는 자체적으로 만드는 쌀겨, 톱밥, 깻묵을 원료로 해서 토양미생물을 이용해 발효퇴비를 만들어 사용한다. 농장의 병충, 병균의 방역작업은 석회 유황합제, 은행잎, 삼백초, 천연게르마늄, 목초액, 잿물, 바닷물, 매실엑기스 등을 이용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 정직하고 신뢰 받는 농사꾼
한빛농장은 입에 맛있는 사과가 아닌, 몸에 건강한 사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중 13~20회 정도로 치는 농약을 한 번도 치지 않아 농사짓기가 힘이 들지만 유기농 사과를 약으로 생각 하며 먹는 소비자들을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진룡 대표는 “자연의 은혜를 입고 그 보답으로 건강을 담았다. 누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 내가 지킬 것은 지키고 할 일은 하면서 믿음과 신뢰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비록 농사꾼이라 내 속에 있는 것이 다 표현되지 못하고 노출되지 못해도 그 뒷면의 마음을 읽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기농사과 농사를 하다보면 병들고 썩은 사과들이 유난히 많다.
이경희 대표는 썩은 사과를 땅에 묻으며 "너 신세나 내 팔자나 왜 이리 힘들고 어려울까? 부디 다음 생에는 좋은 곳에 태어나 곱게 자라라”며 “내 잘못이 아닌데 벌레들이 해코지하고 새들이 쪼아버리고 아무래도 이번 생에서는 다시 살 수 없는 기구한 운명, 다음 생을 기약한다”며 염불 아닌 염불을 외워준다.

◇ 유기가공식품인증도 인기
2011년 경북농민사관학교 CEO 발전기반구축 사업을 받아서 사과주스 가공장을 지었다. 설계부터 HACCP 인증을 받도록 준비했다. 생각보다 갖춰야 할 서류도 많고 성분검사성적서등 챙길 부분도 많았다. 아이도 마실 수 있는 안전한 유기농사과즙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1차 심사신청에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 2011년 6월 심사신청, 보완 등급을 받았다. 2012년 10월 17일 재심을 통보를 받고 열심히 준비한 결과 HACCP 인증을 받았다. 한빛농장 유기농사과즙은 원상태 과일을 그대로 짜서 만든 착즙음료이다. 농축액을 이용한 환원주스와 달리 과일 자체로 맛을 내기 때문에 착향료나 구연산, 액상과당이 필요가 없다. 마시고 난 뒤에도 텁텁함 없이 깔끔하고 정재수를 섞지 않아 진한 편이다.
이 밖에도 우메보시(매실에 소금을 넣고 절인 일본 음식), 쑥차, 보리새싹분말 등을 생산한다. 직거래 소비자들이 5천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유기농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부부는 1997년 매실을 심어 수확했다. 작고한 영남대학교 농경제학과 권병탁 교수에게 배운 방법으로 우메보시를 매년 만들고 있다. 2015년부터 스토어팜에서 조금씩 팔기 시작했으며 인기가 많아 금방 매진되기도 한다.

◇ 앞으로의 계획
이진룡 대표는 “내 몸에 농약 묻혀가며 농사짓지는 않겠다”는 한빛농장의 신념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도 많이 보냈다.
유기농산물의 특성상 흠과나 수확량이 적어 판로확보가 어려웠다. 아예 수확을 하지 못하는 해도 있었다. 이파리가 떨어져 당도가 없는 사과는 팔 수 없었다. 그러나 믿고 찾아주는 고객들이 있어 지금껏 열심히 농사를 짓고 살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소비자에 똑같이 드리겠다는 마음을 끝가지 가지고 몸에 좋은 상품을 서비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하지 못한 먹을거리를 묵인 하는 사회를 향해 “미치고 환장 할 노릇”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한 뒤, “진정한 농사란 벌레가 먹고 난 후 남은 것을 먹는 것”이라며 “자연과 환경과 같이 살고, 벌레도 먹고 나도 먹고 같이 살 수 있는 더불어 다 같이 사는 세상에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밝혔다.
다양한 유기농 작물 생산과 인위적인 재배 방법과 타협하지 않는 신념으로 농업에 새 바람을 몰고 온 한빛농원 이진룡, 이경희 부부. 그들의 철학에서 대한민국의 건강하고 안전한 농업의 미래가 보인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