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사흘 앞두고 있다. 매년 수능시험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학생들이 나온다. 이 중 많은 학생들이 휴대폰, 전자기기 등 반입금지 물품을 가져와 시험장에서 강제퇴장 됐다.

휴대전화, 스마트워치·웨어러블기기, MP3 플레이어 등 전자기기는 시험장 반입이 금지된다. 부득이 시험장에 가져왔을 경우 1교시 시작 전에 감독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부정행위자로 처리된다.

몇 년 전 휴대 전화를 이용한 대규모 수능 부정행위가 발각돼 온 나라가 홍역을 치렀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정하게 치러져 왔다고 인식된 수능 시험에서마저 신뢰가 무너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마음 감출 수가 없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어떤 가치가 결부된 시험의 경우에는 누구나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추구하거나 선택해야 할 가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어린 학생의 경우에는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해서라도 그런 가치를 획득하고 싶은 충동이 성인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시험에 의한 가치 획득이 자신의 인생 설계에 있어서 거의 절대적이라고 생각할 경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생각되는 것은 가치의 다양성이다. 과거 ‘학교 우등생이 사회 우등생인 것은 아니다’는 말이 있었다. 요즘이라 해서 이 말이 유효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 개인의 자아와 사회라는 두 영역을 매개하는 것 혹은 통로가 학교라고 생각해보자. 상급 학교로 갈수록 그 통로는 좁아진다. 그래서 최상급 학교인 대학은 병목이 되고 만다. 당연히 그 병목을 통과할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대학 입학시험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병목을 통과하고 나면 아무런 제약이 없는 세상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목 논리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학벌 논리요 학벌 사회를 드러낸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사회적 가치는 다양하게 분배된다. 자아와 사회의 통로는 학교 특히 대학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학이 중시된다. 왜 그럴까. 그 까닭은 대학이 사회적 위신이나 명예라는 가치에 불가결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위신이나 명예가 중시되는 것은 존중되어야 하지 탓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나왔느냐 혹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그 평가를 달리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가치를 획득하는 데 있어서 병목 현상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학벌이라는 병목만이 유일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한다. 수험생과 학생에 대한 윤리 의식 교육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번 수능시험에서는 기성세대들이 성적에 지나친 가치를 두어 자녀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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