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에 “나는 복숭아를 던져주었는데 저쪽에선 나에게 구슬을 보답하도다.(投我而木桃 報我而瓊瑤)”는 말이 나온다. 서로가 정을 나눌 때 선물에 경중을 따지지 않고 선물하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지난번에 북한에서 청와대에 송이를 선물하더니, 이번엔 남쪽에서 제주귤 200톤을 보냈다고 한다. 남과 북이 선물을 주고받을 만큼 사이가 가까워졌다. 휴전선을 넘어 산송이가 왔고 제주해협을 건너서 공군헬기편으로 제주 귤이 북한으로 갔다.

제주감귤이 북으로 간 것은 1998년 12월이 처음으로 제주 감귤 100t(10㎏짜리 1만 상자)의 북송이 성사됐다. 시민단체와 감귤생산자단체 등 민간이 주도해 일궈낸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의 시작이다. 이후 12년간 지속된 이 사업을 통해 제주산 감귤 4만8328t이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졌다. ‘가장 성공적인 비타민C 외교’(미국 월스트리트저널)라는 평가를 받은 ‘감귤 보내기’ 운동은 남북관계가 동결되면서 2011년부터 중단됐다.

이번에 제주 감귤이 다시 북녘으로 간 것은 청와대가 9월 평양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데 대한 답례의 표시로 보냈다. 북녘 동포들이 제철 제주 감귤에서 오랫동안 잃어버린 남도의 향취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랜 분단 속에서 한반도에도 평화가 오고 비핵화가 되려는지, 다행히 UN의 대북제재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다. 청와대는 또 이번 선물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과 직접 관련은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지사는 “감귤 보내기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의 각종 모범사례가 됐던 제주 감귤이 남북평화와 농업교류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며 “(김 위원장 한라산 방문 시) 헬기 착륙 여부, 백두산 천지물과 백록담 물을 합수하는 경우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이도 좋고 제주 귤도 좋지만 남북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 나머지는 절차와 방씩이 문제다. 선물 주고받으면서 남북이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언젠가는 남북이 하나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한 번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평화를 원한다고 남북의 평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복숭아를 던지는데 구슬을 던지는 것과 같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선물보다 그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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