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서 발생한 고시원 화재에 7명이 사망했다. 1명의 일본인을 제외한 6명의 사망자는 모두 한국인으로 연령대는 30대 1명 외에는 모두 50대 이상이었다. 부상자 역시도 대다수가 50대~60대였다. 고시원은 고시생을 위한 곳이 아닌 사회적 취약계층이 사는 주거 공간으로 바뀐 지 오래다.

고시원 화재 이후 생계형 주거지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가진 것 없는 생활보호자들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고시원, 쪽방, 여인숙, 월세 방이다. 화재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는 이런 공간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생계형 주거지인 고시원은 비좁은 통로에 다닥다닥 붙은 방, 창문도 거의 없는 낡은 건물, 비상구와 기초적인 안전시설도 미비된 곳이 허다하다. 하지만 거주민은 더 안전한 공간으로 옮길 형편이 안 된다.

소방청의 화재현황통계에 따르면 고시원 화재는 해마다 다중이용업소 화재 중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2016년에는 총 74건의 고시원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 중 총 41건이 부주의로 인한 화재였다. 2017년 역시 47건이 발생한 가운데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36건이었으며, 올해 들어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도 이미 47건에 달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사회적 취약계층인 고시원 거주자에 대한 최저 주거 안전성 마련의 일환으로 2009년 7월 1일자로 개정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전부터 설치 운영된 노후고시원에 대해 안전시설 설치 지원 사업을 매년 진행해왔다고 한다.

취약계층이 50% 이상 거주하는 노후고시원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화재사고가 난 고시원도 사업대상에 선정이 됐으나 이를 거부했다.

최근엔 화장실과 세탁기를 갖춘 월 80만원짜리 고급 고시텔도 생겨났다. 최신 설비에 화재 감지기 등 안전장치를 갖추고, 안전관리 전담 직원이 상주하는 고시원도 있다. 하지만 고시원이라는 건물 구조상 대다수가 화재에 취약하다.

이번에 화재가 난 고시원처럼 지은 지 오래되고, 건축대장에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국가안전진단 때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곳도 있다. 해마다 거듭된 대책마련과 점검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게 문제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사는 주거 취약공간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화재참사를 막으려면 정부는 먼저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는 사어부터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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