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락 기자

▲ 경북도청본사 손주락 기자
‘볼모’, 약속 이행의 담보로 상대편에 잡혀 두는 사람이나 물건이란 뜻으로 사전에서는 정의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약속 이행을 하지 않기 위해 담보된 사람을 붙잡아두는 역(逆)볼모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인사와 재정 등에서 자율성이 보장된 사립유치원와 사립학교에서다. 사립유치원이 이러한 자율성으로 인해 발생한 비리가 속속들이 드러난 가운데 최근 경상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사립학교에 대해서도 이 같은 맥락을 잡았다.

사립학교 또한 각 시도교육청에서 관리되는 기관으로서 감사를 받거나 지적을 당하면 수정·보완해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는데 공립과 다르게 보장되는 자율성을 활용해 인사나 재정적으로 가해지는 제재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사무감사 첫날, 박태춘 경북도의원은 일부 사립학교 경영자가 도덕성을 망각한 채 감사 지적사항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교육청도 감사 미이행금액 징수에 미온적인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도교육청이 사립학교에 시설 환경개선비 등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 집중 질의하고, 경북교육청은 이행이 잘 되는 학교에 대한 당근과 이행하지 않는 학교에 대한 채찍을 강하게 집행하라는 권고도 이어졌다.

사립학교 감사 미이행금 확인 결과, 경북도내 지적을 당한 학교는 12개교로 이중 5개교는 변상을 완료했으며 5개교는 변상 중에 있고 나머지 2개교가 4억7천만원에 달하는 미이행금을 변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역볼모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경북교육청은 감사 미이행 학교에 보조금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최대한 보조금을 억제한다고 한들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안전과 생활에 필요한 보조금까지 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사립학교가 감사로 지적돼 이행을 강제하려고 하기 위해 경북교육청이 손을 쓴다고 하더라도 건물에 누수가 발생하거나 담장이 무너지는 등의 생활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경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보조금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같이 사립학교가 부도덕한 경영과 감사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당국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감사 지적사항에 대해서 이행을 시켜야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모르는 학생들이 다니는 감사 미이행 학교에 각종 교육환경개선 보조금을 중단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권리와 다른 학교 학생과의 형평성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경북교육청은 감사 미이행 학교에 대해 단순히 보조금 억제하는 방법 외에도 학생들이 피해를 받지 않은 방법에서 감사 미이행금을 전액 환수할 수 있도록 사학법인에 대한 실질적인 효력을 가해 학생들이 역볼모로 잡히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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