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지난 12일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신고 미사일 기지 20여 곳 중 13곳의 존재와 가동 여부를 확인했다는 미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가 나왔고, 나아가 비핵화 문제도 답보상태라고 했다.

즉 미국 워싱턴에 있는 유력 싱크탱크인 미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2일(현지 시각)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외곽 산간 지역에 흩어져 있는 13곳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에서 정비 정리와 인프라 개선 등의 활동이 관측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들 기지 중 일부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규모의 탄도미사일을 수용할 역량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현재 이들 미사일 기지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앞으로의 비핵화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북한은 서해 미사일 기지 해체로 언론의 관심을 얻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사일 기지에 미국과 남한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감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뉴욕타임스(NYT)가 북한의 비밀 탄도미사일 기지 13곳의 실체를 폭로한 것은 최근 ‘비핵화에 앞선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시 양측은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서는 합의하지 못했고, 이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또한 지난 11월 8일로 예정됐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뉴욕 회동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취소된 사실이 있다.

한편,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 11월 10일 북한 비핵화에 비관적 진단들을 소개하면서, 미 주요 언론은 미-북 고위급회담이 돌연 연기된 것과 관련해 미 정부 안팎에서 비핵화 협상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최근 자신들의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선(先) 제재 완화를 주장해왔지만,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VOA는 특히 제재 문제에 관한 양측의 확연한 인식 차이가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 해제를 주장하자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개발 증거를 제시했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동시에 북한에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이 자꾸 ‘미국탓’을 하니 미국이 ‘물증’을 들고 나왔다. 앞으로 북한의 이런 허위를 뒤집는 물증을 계속 공개할 것으로 진단한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대북제재 허물기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불만과 불신이 고조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13일 이 같은 미국의 ‘미사일 압박’을 평가 절하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가진 미국 朝野(조야)의 움직임에 맞서 사실상 ‘북한편’을 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비상시에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북한이 기만한 적이 없다.”며, “CSIS에서 낸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위성에서 나왔는데 한미 정보 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 훨씬 더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삭간몰에 있는 미사일 기지라고 하는 것은 단거리용으로 스커드와 노동, ICBM이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과는 무관한 기지”라고 했다. CSIS와 NYT가 지적한 북한의 비밀 미사일 기지 활동에 대해 ‘새로운 것도 아니고, 또 비핵화와는 무관하다.’는 것은 청와대가 북한을 비호하는 변명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바람과 달리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를 고수하는 이유는 과거 ‘쪼개기식 접근’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완전한 대북 압박’을 유지할지 걱정하고 있으며, 아울러 한국이 앞서가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VOA)는 워싱턴포스트도 분석 기사를 통해, 워싱턴에서 확산하고 있는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소개했다.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사이가 더 멀어졌다며, 폼페오 장관의 지난달 4차 방문 이후에도 실무 협상이 가동되지 않는 것을 ‘이상 신호’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지금 북한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제재 완화지만, 워싱턴은 제재를 가장 강력한 대북 지렛대로 생각하고 있으나 북한 비핵화에 관한 회의적인 진단도 있다.

폼페오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검증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뜻을 밝혔지만, 북한은 미국이 먼저 제재를 완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래 조치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해석이다. 즉 미국은 미-북 협상을 ‘최대압박’의 결과물로 인식하지만, 반대로 북한은 자신들의 핵 역량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으로 나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북한과 미국의 관점 차이는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나아가 북한 핵이 무력적 충돌로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판단된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