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전경련의 한 직원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직 인수위가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발언했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사회주의는 넓게 해석하면 공산주의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념 대립과 갈등으로 반세기를 힘겹게 살아온 일반 국민들로서는 이런 발언을 예사로이 보아 넘기기 어렵다. 오도된 이념 논쟁은 자칫 광기의 분출을 자극해서 사회적 활력을 소모시키고 혼란을 초래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정치와 경제 체제를 둘러싼 이런저런 ‘주의’는 역사 과정을 거치면서 태어나고 대립하고 타협해 왔다. 자유민주주의나 수정 자본주의, 시장 사회주의, 사회적 자유주의 등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정을 짐작해볼 수 있다. 요컨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애초에 서로 대립되는 체제 이념이었다면, 오늘날은 두 이념이 서로 수렴해가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현실은 자유주의적 요소가 더 강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래의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물결의 영향을 받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단순화해서 보면 ‘본래의 자유주의’를 지향한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자유주의가 한 국가 안이라는 울타리에 머물렀다면 신자유주의는 국가 간 울타리가 없어진 세계 전체를 활동의 마당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본래 재산의 천부인권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사회의 간섭을 배제함을 의미한다. 오늘날로 말하면 자본에 대한 국가나 사회의 간섭과 통제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 책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빈부의 문제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귀결된다. 자본의 이전과 배분, 빈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와 장소가 시장이다. 국가는 시장이 잘 운용되도록 하면 되는 것이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

자본가의 기업 경영에 대한 노조의 참여 요구, 재산 상속에 대한 중과세 등은 이러한 자유주의 이념에 비추어 보면 부당한 간섭이 될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지위 보장 요구나, 사회적 약자(실업자, 빈자, 노동 능력 상실자 등)에 대한 사회적 지원(사회 보장) 등 역시 자유주의 이념과 가깝지 않다. 자유주의 입장에서는 이것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적이라고 보기 쉽다.

그러나 역사 과정에서 양극단의 이념이 수렴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느 특정한 부분만을 떼어내서 그것이 어느 극단의 이념만을 반영하는 것으로 모는 것은 근시안적 견해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단편적인 사항만을 들어 그 주장 전체를 ‘사회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분배와 성장의 선후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효율성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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