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봉현 국장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는 말이 있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으로 스스로 자기 자신을 속이거나 얕은 꾀로 타인을 속이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신에게 들리지 않는다고 타인도 모르는 줄 아는 것처럼 독선적이고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한다.

영주시의회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2박 3일 일정) 국내 유명관광지인 강원도 강릉 일대로“2018년 영주시의회 하반기 의정연수”를 다녀왔다. 일본으로 ‘단체유람’이나 다름없는 해외연수(본지 9일자 보도)를 다녀오고 나서 여흥이 채 가라앉지 않은 것인가? 물설고 낯선 곳에서 제대로 놀아보지 못한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일본 여독에 지친 너무너무 높으신 의원 나리들의 심신을 달래기 위한 것인가?

‘선진국 저출산 대책 연수와 선진지 견학’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의 해외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번에는 ‘2019년도 예산안 심사기법’을 배우겠다며, 의원 14명(새누리 7명, 무소속 5명, 민주 2명) 전원과 의회사무국 직원 6명 등 총 20명이 또다시 시민혈세를 들여 국내 유명관광지로 득달같이 달려간 셈이다.

자료를 살펴보면 첫째 날인 12일에는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 연구소 용정순 교수의 ‘행정사무감사·조사의 핵심착안 및 실전사례’ 강의와 14일 오전 신해룡 전 국회 예산정책실장의 ‘예산안 심사는 이렇게 하라’는 강의 등 교육 일정은 단 두 번이고 13일은 아예 종일 관광으로 일정이 짜여졌다.

국내 유명 관광지에서 3일을 보내면서 이틀 동안의 강의는 단 2회 뿐이고 마지막 날에는 아예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 현장 탐방 체험, 설악산 권금성 방문, 금강산 전망대와 회진포의 김일성 별장 방문 등으로 하루를 보내는 매우 알찬(?) 일정이다.

영주시의회는 이번 연수에 앞서 ‘공부하는 의회와 의원들 역량강화를 통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정책 대안제시 및 집행부에 건전한 비판과 견제로 지역발전을 이끌어 가는 의회가 되겠다’고 밝혔다.

다수의 시민은 “의원 신분이라면 연수에 앞서 관련 지식을 기본적으로 습득하고 또한 학습 차 연수를 가려면 초선 의원들만 참석하면 될 일이지 굳이 차수 높은 의원들과 일정에 질질 끌려 다니다시피 하는 의회 공무원들까지 떼로 몰려다니는 시의원들의 관광성 연수는 시민을 봉으로 여기는 오만한 작태”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몰락한 진(晉)나라 범(范)씨 가문의 어떤 사람이 종을 훔치러 들어갔다. 종을 등에 지고 가려고 했으나 종이 너무 커서 질 수가 없었기에 이 사람은 종을 깨뜨려 조각내어 가져가기로 하고 망치로 종을 내리쳤다. 종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나자 다른 사람이 듣고 빼앗아갈까 봐 급히 자기 귀를 틀어 막았다. 다른 사람이 듣는 게 싫은 것은 그럴 수 있다지만, 자기가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게 싫어서 스스로 귀를 막는 “고매하신”도둑님의 우매함은 어찌하랴!

일본으로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와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해서(11월 23일 자 보도) 자질까지 거론되는 영주시의회 의원 나리들 전원에게 묻고 싶다 “영주지역만 해도 정갈한 숙박시설과 연수·강의할 수 있는 우수한 제반시설이 많은 데도 연수를 핑계로 꼭 멀리까지 싸돌아 다니면서 시민혈세를 내돈처럼 막 써도 되는가? 내돈이라면 함부로 쓸 수 있겠는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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