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난달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효과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탈출률은 19.5%로 OECD 28개국 중 28위에 그쳤다.

빈곤탈출률은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재정정책이 실시된 뒤 저소득층이 해당 계층을 벗어나는 비율을 뜻한다. 빈곤탈출률이 낮다는 것은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이 소득재분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평균 빈곤탈출률은 64.1%로 한국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았다. 조세재정정책에도 저소득층을 벗어나지 못한 비율을 보면 OECD 평균은 35.9%인데, 한국은 무려 80.5%다. 주요국 가운데서는 덴마크가 83.1%로 가장 높았고, 빈곤탈출률이 낮은 축에 속하는 국가들은 멕시코(23.1%), 칠레(34.3%), 이스라엘(36.4%) 등이었다.

빈곤탈출률에서 보듯이 자영업자, 소상공인, 영세서민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은 외환위기 때 보다 더 버티기가 힘들다고 한다.

산양의 일종인 ‘스프링복(springbok)’은 아프리카 남부의 건조한 초원이나 반사막지역에서 사는 초식동물이다. 새 풀밭을 찾아 수천, 수만 마리씩 떼를 지어 옮겨 다닌다. 처음에는 평화롭게 행렬을 이루며 풀을 뜯어먹지만, 무리 앞쪽의 스프링복들이 풀을 다 뜯어먹어 버리면 먹을 것이 부족해진 뒤쪽 녀석들은 풀을 차지하기 위해 점차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면 앞쪽의 녀석들도 선두를 뺏기지 않으려고 달려간다. 그러다 보면 근사한 새 풀밭이 나타나도 녀석들은 풀을 뜯어먹으려 멈추지 않는다. 무조건 달리기만 한다. 그러다 낭떠러지를 만나 앞의 녀석들이 떨어져 죽어도 그대로 달려가다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경쟁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모두가 경쟁에서 승리해서 행복질 수는 없다. 오히려 극단적인 경쟁심이 오히려 사회의 무질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단번에 천금을 움켜쥔다는 ‘일확천금’이라는 말은 인간의 욕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일확천금의 대표적인 예로 로또복권을 들 수 있다. 복권을 긁는 순간, 행복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심리는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강한 중독성을 일으킨다. 하지만 실제로 복권에 당첨되어 그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히려 충동적인 복권 당첨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된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힘든 고통의 삶을 겪을수록 인내하지 못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한국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낭떠러지를 만나 떼죽음을 당하는 스프링복과 같다. 눈앞의 실리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행동하기 위해 스스로 욕망을 제어하고, 인내한다면 경쟁으로 발생한 당면 문제점들이 많이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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