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지난 11월 24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첫눈이 내렸는데 첫눈치고는 많이 왔다. 마침 그때 수도권지역에 행사가 있어 버스를 대절해서 갔다. 그러나 눈 때문에 일정이 취소되어 그냥 내려와야 했다.

그냥 비나 오는 정도라면 강행할 수 있는 행사였는데 폭설이 와서 불가능했다. 차들이 엉금엉금 기었다. 크고 작은 사고도 많이 났다고 한다. 도저히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보통 행사를 준비할 때 기상상황도 예측한다. 악천후에 대비하여 예비계획을 세운다. 플랜 B라고 한다. 이날의 플랜 B는 소용이 없었다. 이정도까지 될지는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다시 돌아오는데 운전기사도 예상못한 큰눈에 당황한 듯 실수를 많이 했다.

버스가 경북지역에 들어섰는데 문경 상주 등 경북북부 지역에도 역시 눈이 왔다.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문경새재에서 식사를 하러 국도로 빠져 나왔다. 국도에서 고속도로를 보니 고가다리가 아주 높다. 아찔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고속도로가 훨씬 안전하다. 국도는 폭설대응 시스템이 고속도로만큼 잘되어 있지 않았다. 곳곳에 사고가 난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국도에서 기겁을 한 버스기사는 식사후 다시 진입하여 끝까지 고속도로로만 달렸다. 그러다 보니 먼거리를 우회하게 되었다. 평상시 국도로 가로질러 왔으면 30분도 안걸릴 거리를 가는데 2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이 때문에 오가는데만 하루를 다 잡아먹고 이날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어릴 때 내가 자란 경북 남부지방에는 눈이 잘 오지 많았다. 눈이 오더라도 큰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평상시에 눈이 잘 안오는 것은 그대로지만 연레적으로 일년에 한두번씩 폭설이 내려 지역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이런 행태는 거의 반복되지만 예측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서 강설의 영향은 간단하지 않다. 눈이 오면 지상의 지저분한 것들을 덮어서 우선은 아름답게 보이도록 한다. 그러나 덮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염물질이 근본적으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눈이 녹으면서 오히려 시가지가 더 지저분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또한 높은 산에는 잔설이 오랫동안 쌓여 있으면서 산불을 예방하고 수자원을 보존한다. 하지만 눈으로 인해 야생동물들이 먹을 것을 찾지 못하고 굶어죽기도 한다. 경제적으로는 스키장 썰매장 등 레저산업은 혜택을 입는다. 그러나 빙판길의 교통사고나 농산물 동상해 등 피해도 많다.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눈이 오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된다. 히말라야나 로키산맥의 눈은 민물저장고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눈들이 사라지면서 식수난이 우려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한계이다. 이보다 더 들어가면 예측하기 어렵다.

예측하는 기술이 많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예측 못하는 것들이 많은 세상이다. 기후변화도 그중 하나이다. 올겨울 날씨도 심상찮다. 기후변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방향이 단순하지만은 않다는데 있다. 지구온난화로 전체적인 기온은 올라갔음에도 오히려 한파나 폭설은 더 자주 오는 듯 하다. 이런 복잡한 현상을 일일이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기상예보의 신뢰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상청에서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나 기계가 바뀐다고 해서 당장 획기적으로 개선될 성격이 아니라서 어려움이 많다. 기후의 변화무쌍은 더 심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지금 과학수준으로서는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할 것이다.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기상만이 아니다. 지난해 포항지역을 뒤흔든 지진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요즘 세상은 우리의 과학지식으로 모든 것을 예측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자연과학의 한계와 같다.

사회현상은 더 복잡하다. 최근 경제적으로 4차산업 시대가 열린다는 말이 있는데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 아직은 예측이 어렵다. 산업혁명에서 공장자동화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비극은 예측 못한 난관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인한 지금의 위기는 과거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우리의 예측 능력보다 세상의 변화가 더 빠르고 불규칙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가진 지혜의 한계를 보는 듯하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감당해야하는 짐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