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열 제2사회부장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미국 등 서방의 진단과는 달리 한국 정부의 안보 허물기가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5일 여의도 면적의 116배(3억3699만㎡) 규모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해 부동산 개발 등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60년이 넘게 재산권 행사를 못 해오던 해당 지역민에게는 희소식으로 들릴 수 있는 조치이지만, 대다수의 국민에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도적 앞에 문빗장을 열어젖히는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방부가 정부 정책에 앞서나가 국가 안보를 훼손하고 있으니 뜻있는 국민의 우려가 그치지 않는 것이다.

해안철책이 어민에 불편과 미관상 좋지 않다고 철거, 정찰·경계용 최전방 GP 철거, 군 병력 12만명 감축, 군 복무기간 4개월 단축, 휴전선 항공기 정찰 금지, 지뢰 제거, 서해안 NNL 포기, 전방 지역 대전차 방호벽 철거, 한미군사훈련 폐지와 연기, 한국군 군사훈련 대규모 축소, 전략 무기도입 시 북한군 동의 등등이 이번 정부 들어 진행되는 군사 정책들이다.

모든 정책이 우선해서 바뀐다고 할지라도 안보만큼은 가장 늦게 확인 또 확인을 거친 이후에 변화돼야 하건만, 북한의 선의만 믿고 군 경계망을 해제하는 것이 북한 비핵화를 앞당기는 군사전략이라고 행동하는 정부와 국방부는 어느 나라 정부이며 국방부인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휴전선 인근의 공격용 무기부터 철수하고 이를 감시할 정찰 자산 등 감시체계는 강화해 상호 신뢰를 더 구축하는 것이 평화체제로 가는 길임을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건만, 정부와 국방부는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우려하는 국민이 늘어만 가고 있다.

군사전문가들도 “안보만큼은 철저히 보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번 망가지기 시작한 안보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최근 휴전선 인근 군부대의 포격훈련 중 발사된 박격포 포탄이 인근 부대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군부대 내의 유류저장고 20m 인근에 떨어져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번 사고도 휴전선 인근 지역서 적대행위 근절을 규정한 남북군사합의서 이행에 따른 훈련장 축소로 인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줄어든 훈련장으로 인해서 여러 부대가 좁은 훈련장서 신속히 훈련해야 하기에 충분한 준비와 점검·확인 작업 없이 실시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훈련받지 못한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란 말이 있다. 남북군사합의서가 군인 같지 않은 군인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 시 훈련받지 않은 군인들을 국방부가 어찌 통제할지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가 행한 이번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조치는 1994년 17억1800만㎡를 해제한 후 2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번에 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은 건축물 등의 개발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보호구역 해제 지역 비중은 강원도가 4개 시·군 63%로 가장 많고, 경기도가 11개 시·군 33%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이 휴전선 인근의 지역들이다. 국방부는 군사시설이 밀집한 접경지역 보호구역 위주로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보호구역이 해제된 강원도 화천군은 1억9698만㎡가 해제, 군의 보호구역 비율이 64%에서 42%로 크게 낮아졌다.

김포시는 2436만㎡가 해제돼 지역 보호구역 비율이 80%에서 71%, 동두천시는 1406만㎡가 해제돼 25%에서 10%로 낮아졌다.

이렇듯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가 우려스런 이유는 연말까지 돌이킬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남한의 대북 방어망의 전면 해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조치는 또 다른 훈련장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군사시설 내부를 민간인이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여건마저 조성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합참은 민간인통제선 이북 지역 출입 영농인 등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48개 민통선 출입통제소에 무선인식(RFID)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1단계로 26개소, 2022년까지 나머지 22개소에 무선인식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키로 한다는 것이다.

적의 침투를 막고 국군 이외의 거동 수상자들을 발견하기 위한 민간인 통제구역도 이렇게 서서히 허물어져 간다는 우려가 또다시 생겨나니 안보 훼손의 끝이 어디일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걱정하는 국민도 국민이다. 이 땅에는 아직도 6·25전쟁의 피해와 참상을 직접 겪었던 국민이 많고 그들의 슬픔과 고통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 안보를 튼튼히 또한 굳건히 해 국민의 우려가 생기지 않게 해 달라. 이 또한 국민의 뜻이며, 국민의 준엄한 요구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과 관련 “모든 국민이 정말로 쌍수로 환영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문 대통령의 사고(思考)를 어찌 이해해야 할까? 정말 고민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국민은 나라 걱정 없이 단지 맡은 생업에만 종사하고 싶다.’ 경제가 무너지는 지금, 당면한 가정 경제문제 해결에도 국민은 바쁘고 힘겹다. 국민을 걱정시키는 공직자는 과연 국민만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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