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열 사회2부 부장

세계에 유례가 없는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업은 전무해 보인다. 인근 시·군에서 대안을 마련하니 임시방편으로 무엇인가라도 발표하는 수준이랄까? 그만큼 쉽지 않고 대안마저 마땅치 않기에 현재 우리나라에 있어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인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6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 수)이 1.12명으로 떨어지자, 그로부터 정부는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세워 12년간 124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이었으며, 올해 7∼9월 합계출산율은 1명보다 줄어든 0.95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게다가 출산율 하향 속도가 브레이크 걸릴 줄 모르게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하는 형국을 보이자 전문가들마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국내·외 각종 기관단체에서 한국이 지구 상에서 소멸할 나라 중 하나라고 발표한 지도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한국의 인구 감소 위기와 관련, 지난 200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처음으로 한국을 인구감소로 국가소멸 순위 세계 1위 국가로 지정했다. 이어 2009년 UN 미래포럼과 2010년 삼성경제연구원, 2014년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동일한 분석을 발표해 이슈가 됐다.

정부도 지난 7일, 지금까지 추진해온 저출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구조조정’의 하나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새로운 내용을 담기보다 기존 대책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제3차 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추진 중이던 194개 저출산 정책 중 94개 정책이 불필요하다고 보고 삭제했다.

또 남은 100개 정책 중에서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확대 ▲아이돌봄서비스 확충 등 35개 정책에 예산을 집중하기로 했다. 한 해 100개 정책에 사용될 36조원 가운데 26조원을 35개 핵심 정책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 정책의 목표를 ‘아이 많이 낳기’에서 ‘아이 쉽게 기르기’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결국 출산 장려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정부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정부가 제시하는 ‘아이 쉽게 기르기 정책’이 원하는 출산율을 올려 줄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장담하고 있는가? 이 역시 기존 대책을 정리한 것에 불과해, 하나의 보완대책일 뿐이라는 답변이 나올 것은 뻔한 이치다. 이를 위해 내년 한 해 동안 36조원을 투자하면서도 말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들이 실시한 출산장려정책의 대부분은 현금 살포식 정책들이었으며, 내년도 계획도 마찬가지다.

출산과 육아에 있어 금전적인 어려움 또한 적지 않은 걸림돌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출산 기피의 한 부분일 뿐임이 이미 입증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출산율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먼저 결혼이 이뤄지도록 돕는 사회문화 조성에 힘써야 한다. 출산을 위해서 먼저 결혼이 선행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결혼 않고 임신과 출산이 이뤄지긴 하지만, 이보다는 결혼 후 출산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 유형이므로 결혼 기피·거부의 원인부터 살펴보는 것도 대책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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