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우리 한국은 누구나 대학을 갈 수 있는 나라 내지 가야하는 나라가 되어 있다. 대학진학율도 OECD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80%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역사가 비교적 짧고 국가적·사회적 혼란기를 겪어왔기에 교육과 연구기능이 선진국의 우수대학들에 비해 많이 뒤지고 있음이 사실일 것이다. 또한 일반 국민들의 대학에 대한 이해와 기대도 꼭 바람직한 행태라고 보기 힘들다. 우리 부모님들은 논 팔고 집 팔아서 자식들 대학보내기 위해 애를 썼고, 이를 통해 출세하고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들 했다. 그 교육열이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누구나 인정하지만, 배우고 실력을 닦겠다는 목적보다 학벌을 내세우기 위해 대학·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되며, 일부 대학들도 이에 부응하여 학력증진보다 재학생 확보에 매달렸다고 본다. 물론 선진국이라 해서 이 같은 문제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학문연구 및 학생교육에 중점을 두는 학교들이 없는 것은 아니며, 선진국 최고수준 대학들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들이 서울이든 지방이든 얼마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들어가기도 쉽지 않겠지만 엄격한 학사관리로 경쟁력을 갖춘 졸업생들을 배출해내는 대학들의 존재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연구중심이냐 교육중심이냐? 4년제냐 2년제냐? 대형대학이냐 소형대학이냐? 혹은 글로벌화·국제개발협력·외국유학생교육 등 차별화된 교육·연구프로그램 도입여부 등에 따라 평가지침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들도 나름의 학업·연구충실화를 위한 계획들을 잘 수립해 놓았을 것이나, 선진적 추세에 맞춘 교육과 연구를 제대로 실현하는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며, 정부와 국민들의 기대 내지 해석도 학벌주의와 대학생과 대학에 대한 냉소주의를 포함하여 꼭 바람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에는 사립·주립연구중심대학, 소규모 우수 리버럴아츠칼리지, 일반주립·사립대학, 2년제 칼리지 등이 세계의 변화에 발맞춰 각자의 특징과 목표 하에 충실하면서도 신축적인 프로그램들을 갖추고 있다. 물론 대학생들 각자의 목표의식도 좀 더 뚜렷하다. 학생들은 중고교시절부터 학문적 능력과 인생목표에 따라 여러 종류 대학들 중 하나를 택하게 되거나 직장을 잡게 된다. 몇 년후 진학하는 이들도 생기게 되고, 2년제 칼리지 졸업생들 중에서도 일부는 우수대학으로의 편입이 보장되어 있다. 물론 그곳의 엄격한 수준을 따라가고 못 따라가고는 본인의 학업능력에 달려있고 봐주기는 없다고 생각된다.

대학교육 및 연구역량강화는 국제화·첨단과학시대에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며, Iot·AI 기반의 제4차산업혁명시대에 더욱 그러하다고 본다. 각 나라들은 기초학문·첨단과학경쟁력과 대학교육 및 연구역량강화를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선진사회의 경우 개인들로서는 대학에 진학하든 못하든 혹은 몇 년을 수료했더라도 이것이 살아가는데 큰 흠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우리들처럼 대학을 3년 다녔는데 ‘대학졸업 못했으니 고교졸업’, 이런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수강한 과목들은 졸업과 관계없이 이력서상에 작동될 수 있으며, 평생교육차원에서 언제든 일반주립대, 2년제칼리지 등에서 대학교과들을 수강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발전을 위해 어른이 되어서도 공부를 하며, 사업을 하든 기술을 배우든 자기 꿈을 실현시킬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다.

이제 우리 대학들과 지역사회를 살펴보기로 하자. 대도시도 그러하지만 포항 같은 비수도권 중소도시에 경쟁력 지닌 대학들이 존재함은 세계적으로 흔한 사례가 아니며 그 파급효과가 대단치 않을 수 없다. 첫째, 우수대학이 있다는 것은 우수한 학문적 위상 지닌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이고, 이들의 국내·국제연구활동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분야 참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빈곤·지역격차, 환경오염·지구온난화, 다툼·전쟁 등 글로벌이슈 심각하고 글로벌경쟁력강화가 중요한 제4차산업혁명시대에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둘째, 이들의 교육연구기능을 바탕으로 첨단벤처 및 기업들이 육성될 수 있고, 지역산업과 연계되어 지역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큰 산업단지를 지닌 도시라 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교육연구기능이 없다면 발전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 셋째, 지역에 젊은 학생들이 있으므로 음식점·커피숍·임대주거 등을 포함한 지역경제가 불황과 관계없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는 우리 지역커뮤니티에서 이미 잘 파악되고 있는 사항들이다.

넷째, 이 대학들로 인해 도시가 브랜드화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 도시가 국내외적으로 크게 홍보되어 더 많은 이들이 방문할 것이고, 지역공산품의 개발·판매도 유리해질 것이다. 그 이외에도 지역대학의 존재로 인한 파급효과는 다양할 수 있다. 인근 커뮤니티가 이들의 활동무대가 됨으로 인해 지역경제·사회·문화의 다채로움이 파생된다. 다양한 지역출신 국내학생들과 세계각국출신 교환학생·유학생·공무원들이 졸업 후 포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게 되고 장차 다양한 네트워킹의 출발점으로 작동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학은 불황기에도 지역경제·산업을 이끌고 인구를 유지시켜줄 보배이므로, 다시금 지역과 대학이 서로 도우며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물론 대학의 역할이 산학협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단기적 효과만을 바라며 논공행상 할 것이 아니고 장기적 안목에서 함께 발전을 도모해 나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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