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푸어 세대. 흔히들 말하는 요즘 시대상이다. 일에 쫓겨 ‘빨리빨리’를 외치며 잠시라도 기다리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이곳은 정반대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공기의 흐름과,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창문을 보고 있자면 없던 여유로움까지 생기게 만드는 신비한 장소이다.

독자가 책을 읽는 속도대로 진도가 나가는 것이 누구에게도 빠름을 구속당하지 않는 달팽이를 닮은 것 같아 이름도 달팽이 책방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독립출판물이 주를 이루는 달팽이 책방(대표 김미현)은 서점과 카페, 전시회, 독서 모임 등을 겸하는 문화를 창조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립작가의 다양한 책들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책을 좋아해서 시작했다는 달팽이 책방은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벌겠다는 의미의 결정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어떤 책을 판매할까 깊은 고민 끝에 김 대표가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인 인문&독립출판사로 결정, 이쪽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책방으로 운영해 가고 있다.

서적뿐 만 아니라 전시실도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는 달팽이책방 드로잉 클래스 수강생들의 작품전인 ‘안녕, 드로잉 2018’이 전시되고 있다. 평소에는 독립출판물의 제작자 중 그림 작업을 하는 분들이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화가 등의 그림을 주로 전시하고 있다. 일반인도 전시를 할 수 있지만 사전에 포트폴리오를 보내 선별과정 후 채택된 사람만 그림을 걸 수 있다.

달팽이 책방만의 독특한 이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달팽이 책방 Book잉여들이 만드는 책방 신문’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책방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 외에 하나의 문화공간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방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과, 책을 읽고 각자가 느낀 후기를 나름의 독립출판의 형태로 신문을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독서라고 하면 ‘읽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이를 바꾸고 싶었다고 한다. 책이 좋아서, 재밌기 때문에 읽는다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어 평범한 손님들 중에 글쓰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작업으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책방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문화 창출의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달팽이 책방의 김미현 대표는 앞으로의 작은 꿈이 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이책에 풀어내는 것.

책을 사랑하고 사람들 좋아하는 김미현 대표의 달팽이 책방은 요즘 세상과는 달리 느리게 걷지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매일같이 빨리 빨리를 외치는 사람이라면 이 곳에 가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한 번쯤 귀담아 보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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