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 빈곤’에 절망하는 소외된 아이들과 지역아동센터

▲ 구미시 소재 지역아동센터의 재능 발표회 시간
행복은 상대적이라고들 말한다. 그러하기에 풍요로운 이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빈곤에 처한 이가 받을 불행의 정도는 당연히 더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샘이 많은 어린아이처럼 이해의 폭이 좁고 장기간 어려운 가운데서 자라난 아이들이라면 그 아픔과 상처는 평생을 두고 남을 수도 있다.

많은 종류의 사회적 약자가 있지만 특히 늘어나는 이혼으로 인한 결손 가정이나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등에서처럼 힘겹게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이렇듯 어려운 환경에서 방치되다시피 길러진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급식 제공과 학습·놀이 지도 등을 담당하는 이가 바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사회복지사)들이다.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해야 하기에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의 마음은 사랑과 배려가 전제되지 않고는 감당할 수 조차 없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껏 감당해온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역사회는 물론 지자체의 담당부서에서 조차 환대받기는커녕 무시당하기 일쑤다. 물론 관계 공무원이 직접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비굴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의 말이다.

게다가 어떠한 명목의 상여금조차 하나 없이 겨우 최저생계비 수준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기에, 종사자들에 대한 장기적 근무 요청은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결혼과 가정, 부모 봉양, 자녀 교육 등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로 희생은 필연적이다.

운영비 부족으로 자신의 사비까지도 급·간식비로 내어 놓아야 하는 운영자로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것을 내어 주는 것인 양, 갑의 태도를 보이는 공무원과는 좋은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 슈퍼 복지예산을 책정한 정부와 국회가 소외된 아이들의 요구를 외면한 셈
소외된 아동에 대해 지역사회 일부에서 감당하고 있던 봉사활동이 2004년 아동복지법 제정으로 제도권 안에 들어와 공적 지원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 방안은 확립돼 있지 않으며,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한다지만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지원조차 쉽지 않은 구조다.

지난 국회에서는 지난해보다 40조원이 늘어난 469조5752억원의 예산안이 통과됐다. 그중 복지 예산은 34.2%인 161조원에 이른다. 사상 최고의 예산이라는 일본의 복지 예산(33.6%)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슈퍼예산에 따라 올 한해 최대의 복지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지만 예산 감소로 존폐를 걱정해야하는 사회복지단체가 바로 복지 사각지대 아동들을 돌보는 전국의 2천100여 개 지역아동센터다.

지난 2004년 아동보호법 제정으로 제도권 내로 들어온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이지만 정부는 기본운영비 지원만을 지원해 왔고 또 이를 빌미로 각종 규제를 가해 왔다.

정부는 ‘종사자 자격(사회복지사) 취득 등의 조건 구비를 엄격히 요구해 왔지만, 일반 사회복지기관에 대한 지원과 달리 기본운영비만을 지급해와 지역아동센터 운영자와 종사자들의 불만을 샀다.

“우리는 단 한 번 제대로 급여조차 받아본 적이 없다. 종사자 자격을 취득하면, 평가받는 조건을 추가하고 이후 또다시 사례관리 조건을 추가하는 식으로 지금껏 지역아동센터를 우롱해왔다”며 성토하고 또한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률(10.9%)에도 훨씬 못 미치는 운영비(2.8% 인상)를 쥐여 주며 알아서 해보라는 복지부의 뻔뻔스러움과 삭감된 예산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국회의 무능함 그리고 제출된 정부 예산안에 무차별 삭감을 자행한 기획재정부, 이 세 기관의 횡포에 분통을 참을 길이 없어 농성에 나섰다”고 지역아동센터 운영자와 종사자들은 밝혔다.

▲ 지역아동센터 운영자와 종사자들의 요구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지원에 있어 인건비와 운영관리비, 시설비, 프로그램비 등이 함께 교부되고 있어 실무적 업무처리와 운영에 어려움이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와 부족한 운영비 등은 결국, 지역아동센터의 질 저하를 일으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 될 수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이들은 집회를 통해 3가지 요구 사항의 시행을 촉구했다.
첫째, 정부와 국회는 2019년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비를 최초 국회상임위가 의결한 수준에서 보장하라! 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추경예산의 편성 등 필요한 조치를 즉시 시행하라.

둘째,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즉시 마련하고, 종사자들의 인건비를 운영비와 즉시 분리 교부하라!

셋째, 정부는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이 양질의 아동복지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프로그램비 등의 서비스 단가를 보장하라!

이러한 내용이 시행되지 않을 시 오는 15일 오후 1시 30분 광화문에서 또다시 대규모 궐기대회 개최를 예고하고 나섰다.

▲ 늘어난 복지예산의 올바른 사용 기대
언제까지나 지역아동센터가 자발적인 헌신만으로 운영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곳에서 자라난 아이들도 결국 우리 사회가 보듬고 가야할 우리 미래 세대이며, 언젠가 이 나라의 주축이 될 인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늘어난 복지 예산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포퓰리즘성 복지를 지양(止揚)하고, 복지 사각지대 축소를 지향(志向)해 예산이 올바르게 집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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