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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의 등대기행] 등대 앞에 두고 온 간절한 마음-인천 팔미도등대 (상)이지원 수필가
   
▲ 팔미도 등대 전경.
우연한 기회에 '등대여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살펴보던 나는, 여권 속에 든 등대를 돌아보고 싶어졌다. 단순한 호기심은 곧 소망이 되었다. 생의 가을 녘에 서 있는 나는,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등대 순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2019년 본보가 새롭게 선보이는 '이지원의 등대기행'은 수필가 이지원 씨가 지난 2017년 11월부터 1년 여간 진행한 등대여권 스탬프 투어를 통해 전국의 등대를 기행하며 기록한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가까운 울산의 등대를 비롯해 동해안, 서해안 등 전국 곳곳의 등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등대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팔미도등대를 찾아가는 길이다. 초봄의 따사로운 볕살과 훈풍이 살랑대는 인천연안부두, 제비가 날아올 것 같은 날이다. 정오를 살짝 넘긴 바다는 은빛 구슬을 쏟아 부은 듯 눈부시다.

연안부두 광장에 낯익은 인형이 보인다.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다. 이 인형이 왜 여기 있을까 싶었는데 이곳을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라고 한다니 인천과 자매결연이라도 맺은 모양이다. 여느 여행객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 열다섯곳의 등대 여정 첫번째 길
드디어 유람선에 오른다. 배가 보름 만에 출항한다고 하니 전날 왔더라면 헛걸음이 될 뻔했다.
복잡한 항구를 빠져 나오자 유난히 긴 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가 보인다. 이어 서해대교가 보일 때쯤, 유람선 주변으로 갈매기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날갯짓이 쾌활하다. 그 모습을 보며 오전 시간을 통째 허비한 아쉬움을 털어낸다.
첫 배를 타려고 서둘러 왔는데 최소 인원에 못 미처 오전엔 출항을 하지 않는다고 것이다. 오후 배를 타려면 네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시간을 아끼려고 첫 배를 타러 왔다가 속절없이 시간을 축내게 되었다. 작정하고 계획했던 일이 시작부터 꼬이자 그 다음 일정은 말할 것도 없었다. 판단을 유보하다 배표를 미리 알아보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선상에 서 있지만 인천에서 배를 타니 어쩔 수 없이 '세월호'를 떠올리게 된다. 한동안 배를 타는 것이, 바다를 보는 것이 무척 두려웠었다. 우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고 커다란 상처를 남겼지만 서로에게 그 상처가 덧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인천항에서 제주로 가는 뱃길은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유람선에는 커다란 황금물고기 한 마리가 우뚝 앉아 있다. 마치 이 배의 수호신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출항 전 몇 가지 주의사항과 여행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이어진다. 팔미도는 인천항에서 뱃길로 오십 여분 거리에 있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지만 군사보호지역으로 해군이 주둔하고 있다.
항구를 빠져나온 배는 남쪽을 향해 나아간다. 황금물고기 유람선이 뜨면 갈매기들이 몰려든다더니 배 위로 하늘 반 갈매기 반이다. 셔터를 마구 눌러도 작품 사진 한 장쯤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갈매기들은 이 배가 나타나면 먹이가 있다는 것을 반복학습을 통해 알고 있었다.
너울도 바람도 없는 잔잔한 뱃길이다. 시작이 순조롭지 못했으나 지금은 최상의 기분이다. 우리 삶에서 예기치 않는 일은 늘 있어왔고, 그럴 때마다 어떻게 마음을 먹는가에 따라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오랜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 여행을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은 나흘, 두 군데 섬을 여유 있게 돌 수 있는 시간이지만 결국 하루 만에 다녀 올 수 있는 팔미도로 가고 있다. 바닷길은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아깝다고 무리할 수는 없는 일, 세상의 변수는 때로 사람을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삶의 순리를 깨우치게도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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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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