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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竹軒 칼럼]새해에 받은 소중한 선물
올해는 기해년(己亥年) 돼지띠의 해다. 무술년(戊戌年) 개띠의 해가 어제 같은가 싶은데 또 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았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매사 순간순간 치솟는 분노를 잠재우며 내 영혼을 평안하도록 힘쓴 한 해였다.

주말이면 가까운 선후배들과 기암절벽의 계곡이 아름다운 내연산, 봉우리의 능선이 바다의 파도를 보는 듯 장관을 이루는 소백산, 용담정을 품은 구미산, 금오봉과 고위봉에서 흘러내리는 계곡과 산줄기로 이루어진 남산, 신라 천년 사찰 묘각사를 품은 기룡산, 들판 한 가운데 우뚝 솟아 너른 사방과 동해바다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는 비학산, 급경사를 오르내리며 끈기를 키워주는 어래산, 암벽 곳곳에 뿌리내린 부처손과 조망이 뛰어난 봉좌산, 끊어질듯 이어지는 오솔길의 도덕산, 선비의 품성을 닮아 담백하고 맑은 자옥산, 하늘아래 첫 동네 두마동 포항의 최고봉 면봉산, 도심 가까이 있으며 트레킹하기 좋은 부학산 등을 오르내리면서 몸과 마음을 닦으며 시간을 보냈다.

기해년 새해 첫날, 휴식을 취하며 올해 내가 꼭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빠지지 않고 일기쓰기, 주말 산행하기, 책 1권 쓰기, 매주 4권 이상 책읽기, 저녁 1시간 요가, 회사일 충실하기, 두 아들과 자주 안부 묻기 정도의 소박한 계획이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나는 보여진다.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새해벽두에 바우만의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일에 대해 잠시 이야기할까 한다.

기자는 직업의 특성상 휴일에 출근을 해서 다음날 신문을 제작해야 한다. 기해년 새해 둘째 날 일요일이지만 일찍 출근해서 관리실에 들렀더니 사무실 열쇠가 없었다. 나보다 먼저 출근한 기자가 있는가 싶어 엘리베이트를 타고 7층 사무실로 향했다.

생각대로 문은 열려있었고 먼저 출근한 기자가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새해인사를 건네고 방에 들어와서 코트를 벗고 컴퓨터를 켜고 취재한 기자들의 기사를 데스킹하고 있는데 편집기자가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사인을 받으러왔다며 책을 불쑥 내밀었다. 출간한지 한 달밖에 안 된 필자의 책이었다. 그리고 예쁜 종이가방에 담긴 선물을 전해 주었다.

생각지 못한 선물을 얼떨결에 받고서 순간적으로 잠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책에 덕담을 담아 사인을 해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기자가 방을 나가고 종이가방을 열었더니 책 한 권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책갈피에 꽂힌 하늘색 봉투의 엽서에는 감동을 주는 글이 또박또박 써져 있었다.

“허경태 국장님! 저는 2012년 19살 대경일보에 입사할 때부터 2018년 지금까지 꾸준히 국장님이 쓰신 칼럼은 모두 다 읽었어요. 팬이에요.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뉴스+독서”라는 요소가 가까운 곳에 국장님 같은 분이 계셔서 더욱더 추진력을 얻는 것 같아요. 신문에서 세상을 배우고 책으로 제 자신의 신념을 만들어서 저도 먼 훗날엔 국장님처럼 제 주관을 글로 써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19년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세상살이란 매일매일 상처를 입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날은 그동안에 입었던 세상의 모든 상처가 한순간에 치유되는 기분이다. 새해벽두에 받은 이 고마운 선물은 책을 읽는 내내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내 인생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라는 예감도 든다.

한 공간에서 숨을 쉬며 같이 일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습관적으로 무덤덤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내 모습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 수시로 잊고 살았다. 새해벽두, 기자의 선물과 행동이 그동안 내가 잊고 살았던 “나는 보여진다.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는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자신에게 걸맞는 부담감은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힘이다. 어떤 위치에 도달해 있을 때 남들 눈에 떳떳하고 제대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은 무척 중요하다. 우리는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를 통해 삶을 채워나간다. 목표를 이루었거나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어도 인생은 계속된다. 모든 순간을 알차고 후회 없는 시간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면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올해도 부지런히 글을 쓰면서 부끄러워하게 될 일을 하지 않도록 부단히 나를 성장시키는 기해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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