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불안 등의 원인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인간사회의 소외감이 극단을 치닫고 있다. 이는 현대인들이 물질적 가치와 생존에만 급급할 뿐 인간다운 삶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소외는 인간 스스로가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물질주의 그 자체에서 발생하지만 그에 따라 사회 전체가 비인간화되어 인간의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히게 된다.

최근 포항에서 연쇄적으로 산불을 지른 방화 용의자가 붙잡혔다. 그는 9일 오전 새벽에 포항시 북구의 한 야산에서 불을 질러 임야 0.1㏊(1천㎡)를 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5일과 7일에도 이 야산에 불을 질렀고 최근 포항 한 주택가에서 땔감에 불을 낸 혐의도 받고 있다. 방화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혼자 살다 보니 외로워서 불을 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추가 범행이 있는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한다. 지나간 30년을 되돌아보면 세상도 많이 변했지만 사람의 의식구조가 너무 변했다. 한마디로 인성이 너무 메말라졌다.

인간의 가치관이 자신의 이익에만 치우쳐 남을 배려하거나 사람의 기본가치를 망각하는 슬픈 사회가 되어버렸다. 이는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보며 정치지도자들의 잘못된 정책에 의해 국민의 정서가 폐허가 되어버렸다. 착한 사람이 더 못살고 진실보다는 거짓이 앞서는 사회상을 만들어 버린 탓이라고 본다. 인륜이 망해버렸고, 도덕적인 개념은 아예 없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현대사회는 첨단과학기술의 시대로 불리면서 개인과 기업과 국가 간 끊임없이 경쟁하며 새롭고 편리한 기계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 그 결과 기계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은 편안하고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계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기계를 떠받들며 살고 있다.

이는 자신을 인정하고 경제적 능력으로써가 아닌 다양한 창조적 활동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평가해야 하며 이로써 자신에게 정신적 가치를 부여하는 정신적 성숙이 필요하다.

인간소외는 한 마디로 ‘주체적이지 못하고 끌려가는 삶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돈이나 물질, 기계나 상품의 소비에 넋을 잃고 살아가는 좀비(Zombie)적 삶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 사회구성원 각자의 생활에서 인간적 가치에 중심을 두는 사회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질 때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생활의 수단으로 만들어 놓은 돈을 상전처럼 모시면서 돈의 노예가 되어 살기도 한다. 우리사회는 “혼자 살다 보니 외로워서 불을 냈다”는 방화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개인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 등으로 인한 각종 현대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이웃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인간성 회복을 위한 제도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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