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요즘 휘발유값이 계속하여 내려가고 있다. 차에 기름을 넣을 때마다 떨어진 기름값에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질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한참 비쌀 때는 싼 주유소를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아무 주유소에 가도 부담이 없다.

기름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세금혜택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제유가 하락은 오일샌드가 개발되어 석유 공급이 늘었고 재정이 어려운 산유국의 증산 경쟁 등 복잡한 국제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저유가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과거처럼 살인적인 고유가 시절로 돌아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당분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유가하락이 100% 좋은 것 만은 아니라고 한다.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은 미세먼지의 증가와 같은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석유화학제품 쓰레기의 증가는 재앙수준이다. 썩지 않아 가장 골치아픈 플라스틱이나 비닐의 폐기물은 이미 처리시설이 포화상태다. 유가하락으로 이런 제품 생산이 늘어나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경제적으로도 피부로 느낄만큼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청년들이 일자리 구하기는 여전히 어렵고 자영업자들은 매출부진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필품가격은 별로 내리지 않는다.

과거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중동지역의 정세에 나라전체가 휘청이는 시절이 있었다. 국제 유가의 추세는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유가인상은 우리나라경제에 치명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하지 않다.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수는 없는데 오히려 너무 떨어지니까 세계경제가 불경기인 기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경제도 많이 복잡해졌다. 지금은 개발도상국 때처럼 성장이란 단방향으로 가는 경제가 아니라서 단순하게 유가하락이 3저호황을 이끌던 때는 아닌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최근 고용없는 성장인 수출주도 경제로서 유가하락이 취업난이나 불경기 해소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요수출 대상인 미국이나 중국의 경기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유가하락의 호재를 크게 이용할 수는 없다. 오히려 유가 불안정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기업도 많다고 한다.

이런 추세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분야가 반도체 등 석유와 상관없는 산업이다. 유가 하락으로 수송비는 절약되겠지만 큰 비중이 아니다.
그리고 에너지 수요도 변하고 있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에너지 산업에서 석유의 비중도 약해지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 등이 등장하면서 자동차 연료로서 휘발유의 독점적 지위도 사라졌다.
결국 한가지 외부 요인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이를 보니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단일산업의 부침에 의존하면 안되는 상황이 오버랩된다. 포항은 최근 복잡한 경제 환경으로 변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세기 포항에 세계 굴지의 제철산업이 입지하여 영일만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러나 국내 철강산업에서 포항지역의 독점적 지위도 약해지고 국제철강시장도 혼돈에 처하는 등 쉽지 않는 상황이 되고 있다.

최근 포항이 철강산업 일변도의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산업기반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산업다변화와 함께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포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아니 전세계의 산업트렌드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철강산업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여전히 포항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는 않는 듯하다.
아무튼 2019년에는 포항경제에 대하여 철강산업의 회복과 함께 다양한 산업 기반 위에서 건실한 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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