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모 군청소재지에 출장을 가면서 시외버스를 이용해 보았다. 주말에 대구의 집에 가거나 시내로 나갈 때 버스를 가끔 이용했지만 도내 군단위 지역으로 가면서 버스를 타는 것은 최근 십몇년만에 처음인 것 같다. 서울이나 충청도, 전라도 등 원거리가 아니면 대부분 직접 차를 몰고 갔다.

아침에 잠시 사무실에 들렀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 그런데 그만 시외버스를 놓칠 뻔 하였다. 나름 여유를 두고 출발한 것 같은데 시내버스 출발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또한 터미널까지 가는데 시내버스는 중간정차가 많아서 차를 몰고 갈 때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것 같다.
출발하기 직전의 시외버스에 허겁지겁 올라탔다. 군지역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배차기간이 길어서 다음 버스는 두시간 이후에 있다고 한다. 낭패를 볼 뻔 했다. 대구시내처럼 생각했다가 큰코 다칠 뻔한 것이다. 중소도시의 버스노선이나 배차간격 등이 대도시 만큼 정비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지 못했다.

현지에서 업무를 보다가 군내버스 정류장들이 특색있게 만들어진 것을 보게 되었다. 지역 특산물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특이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도 볼 수 있었다. 연세가 많으신 노인들이다. 이곳에서는 버스가 아직 주민의 발이었다. 자가용이 없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어릴 때 버스를 타고 시외로 여행을 했던 추억을 떠올려 보았다. 당시 터미널은 화려하게 보였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볼거리도 많았다. 무엇보다 여행한다는 기분에 모든 것이 좋게 보였다.
그러나 요즘 터미널은 낙후된 것 같다. 투자를 안하기 때문이다. 배차간격도 길어졌다. 기다리는 시간이 머무 지루하다. 승객도 많이 줄었다. 자가용 증가로 버스를 외면하고 그러다보니 투자를 못하는 악순환이 된다.
나도 버스를 잘 이용하지 않았다. 특히 시골일수록 꺼려지게 된다. 도시와 비교하여 대중교통 인프라 차이가 너무 크다. 잘못해서 버스를 놓치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니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노선도 많이 없다.

BMW란 말이 있다. 버스(BUS) 메트로(지하철) 워킹(Walking)의 약자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고상하게 표현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대도시만의 특권이다. 시골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너무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앞으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할 생각이다. 차량운행을 줄여서 미세먼지도 줄이고 경제도 살리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비록 처음에는 서툴러서 낭패를 당할 뻔 했지만 익숙해지면 이런 일을 피할 수 있으리라.
버스를 타면 좋은 점이 많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자가용보다 안전하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 차를 몰 때 할 수 없는 일들도 할 수 있다. 버스의 차종은 과거보다 훨씬 고급이다. 좌석도 여유가 있는 듯하다. 옛날의 콩나물 입석은 생각도 할 수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더 소요되는 시간은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채울 것이다. 읽을 책이나 글을 쓰기 위한 테블릿 등을 구입하여 준비할 것이다. BMW와 같이 시골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아이콘도 구상해 볼 것이다.

지난해 연말 전국적으로 시외버스 운행이 대폭 줄었다. 주52시간 제도가 본격 시행되어 운전기사의 근무시간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게 된 것이다. 운행횟수를 맞추려면 기사를 추가로 모집해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주말에 집에 다녀오는 것이 조금 불편해졌다.
그런데 그당시 연말연시라서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사건이 여러건 기사화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확대하면 안될까 하는 아이디어였다.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 해도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성은 없는 아이디어지만 연구는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