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이후 2주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장기흥행을 예고하고 있는 영화 '말모이'는 일제의 탄압에도 우리말 사전을 펴내려고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뒤늦게 한글을 깨치려는 판수(유해진)라는 캐릭터는 존재 하지 않았던 상상속의 캐릭터이지만, 실제 조선어학회의 사전편찬을 비롯한 여러 역사와 애환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말모이'란 "말을 모으다"는 뜻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을 의미한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말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우리가 흔히들 혼동하기 쉬운 맞춤법에 대해 취재해 보았다.

맞춤법이 헷갈리는 건 남녀노소, 지위고하, 나이불문이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성인 남녀 853명에게 평소 헷갈린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95.1%가 “있다”고 답했다.
가장 헷갈리는 맞춤법(복수응답)은 과연 뭘까? 1위는 띄어쓰기(48%), 2위는 되/돼(43.3%)였고, 그다음은 이/히(24.2%), 왠지/웬지(20.1%), 던지/든지(18.7%), 않/안(15.5%), 존댓말(14.8%), ㅔ/ㅐ(11%), 맞히다/맞추다(9.7%), 낫다/낳다/낮다(9.6%)의 순이었다.

지난해 국립국어원 국어생활종합상담실에 들어온 상담 건수는 약 23만 건이라고 한다. 카카오톡(@우리말365),누리집 게시판, 가나다 전화(1599-9979) 등을 통해 들어온 질문의 상당수가 맞춤법에 관한 것이었다. 국립국어원이 2017년8월 집계한 자료를 보면 가장 많이 한 질문 1위가 ‘되와돼’의 차이였고 2위가 ‘에요/예요’, 3위는 ‘받다/∨받다’, 4위는 ‘못하다/못∨하다’, 5위는 ‘로서/로써’ 구별법이었다.

1988년 제정한 ‘한글맞춤법’은 일부 개정을 거쳐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1933년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 맞춤법통일안’ 이 뼈대가 됐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대원칙 아래 국어 표기의 법칙을 규정하고 있다.

매일 쓰는 우리말이지만 유독 이 맞춤법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국어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맞춤법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부터 맞춤법을 제대로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기 때문에 맞춤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고, 맞춤법 자체에 예외 규정이 많아 일반인이 배워서 익히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만일 맞춤법을 틀렸다가 결정적인 순간 후회할지도 모른다.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는 취업준비생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회사 인사담당자 733명에게 설문한 결과 ‘서류전형 평가 합격 수준인 지원자라도 맞춤법이 틀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3%가 ‘오타등 단순한 실수는 감안하고 합격시킨다’고 답했지만,‘여러 차례 맞춤법이 틀린 경우 평가 결과가 좋더라도 탈락시킨다’(40%), 무조건 탈락시킨다(4.7%)고도 했다.

맞춤법이 틀린 지원서가 주는 인상에 대해 ‘부주의해 보인다’(43.9%) ‘기본도 잘 지키지 않는 것 같아 업무 능력에 의심이 생긴다’(41.8%)고 답했다.

맞춤법 제대로 쓰겠다고 두꺼운 종이사전을 일일이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 검색 한번이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고 포털사이트는 물론 한글이나 워드 등의 문서프로그램, 취업 포털, 블로그 등에서도 맞춤법 검사기를 쓸 수 있게 된 만큼 조금만 신경 쓰면 실수는 줄어든다.

틈틈이 맞춤법 퀴즈에 도전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네이버의 ‘알쏭달쏭 우리말’과 ‘올바른 띄어쓰기’가 인기다. 두 가지 보기중 맞는 표현을 고르면 된다. 퀴즈로 쉽게 헷갈리는 맞춤법을 점검하고 잘 몰랐던 맞춤법을 익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는 H(36)씨는 얼마 전 아들의 카카오톡 채팅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친구들과의 대화창에 엉터리 맞춤법과 막무가내로 줄여 쓴 말에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일상이 된 초등학생들은 유튜브들이 쓰는 유행어나 자막을 그대로 따라 쓰는 경우가 많다보니 외국어나 욕설이 섞여 있는데다가 맞춤법도 틀린 게 많은데 그게 틀린 줄도 모르고 그냥 받아들일까 걱정"이라고 했다.

최근 일부 초·중학교 가운데 혐오, 비하 표현이나 욕설 등을 금지어로 정해 교실에서 쓰지 못하게 하는 학급이 늘고 있다. 그러나 또래 집단이 쓰는 언어를 무작정 규제하기란 쉽지 않다.

유튜브 유행어뿐 아니라 무분별하게 쓰는 ‘급식체’(학교 급식을 먹는 10대들이 쓰는 언어)나 줄인말, 신조어 사용을 막을 방법도 사실상 없고, 심지어 방송에서 조차도 틀리는 표기를 자막으로 내보내기도 하고 오락소재로 사용돼 유행처럼 번지기도 한다. 맞춤법 파괴를 넘어 한국어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에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우리말 체계를 정립해 보급한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의 말을 되새겨 본다.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지고, 말과 글이 다스려지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도 다스려진다.”


사장님이 오시면 (귀뜸X)
(귀띔O) 좀 해줘


오늘이 몇월 (몇일X)
(며칠O) 이지?



카드로 (결재X)
(결제O) 가능합니다


부장님 보고서 (결제X)
(결재O) 부탁드립니다


방금 (어의없는X)
(어이없는O) 일을 겪었어


(그러던지 말던지X)
(그러든지 말든지O) 알아서 하세요


(구지X) (굳이O) 무리해서
할 필요 없어요


(오랫만에X) (오랜만에O)
보니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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