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미국은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 대신 ‘미국에 대한 위협 감소’를 위하여 ICBM 제거를 핵심 목표로 하는 대북정책으로 수정된 듯하다.

이는 곧 북한에 의한 미국인들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하면 계속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한 많은 방안에 대한 대북 정책의 하나로 보인다. 즉 미국은 현실적으로 미국인들의 안전이 궁극적 목표이며, 구체적으로는 현재까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등 북한의 위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완전하고 최종적인 비핵화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목표를 확인하면서도 이보다 먼저 ‘미국민의 안전’을 거듭 강조한 것은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미국의 폼페오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미국의 제재 완화가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핵심 명제에서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그것은 국제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된 완전히 비핵화된 북한이고, 이는 이 행정부의 목표이다.”라고 하면서 “우리는 그것을 달성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주일미군사령부(USFJ)가 자체 제작한 동영상을 보면, 미국은 북한을 중국·러시아와 함께 동아시아의 ‘3개 핵보유 선언국가’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미국이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카드를 받고, 북한에 대한 제재에 대해 완화 조치를 취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 국방부가 군사적으로는 이미 동아시아에서 북한의 핵보유 영속화에 대비하는 군사전략 개편에 들어갔다고 분석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1월 14일 주일미군(USFJ)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태평양 정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위협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미군 당국이 전쟁 대비 실전에 의한 것이라 관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 정치에 반영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트럼프가 이것을 인정하지 않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2019년 1월 18일 주일미군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게재된 동영상을 보면 “동아시아에는 세계 3대 경제대국 가운데 2개 나라(중.일)와 3개의 핵보유 선언국(중,러,북)이 존재한다.”면서, 북한이 15개 이상의 핵무기(15+ Nuclear weapons)를 보유한 것으로 표시하여, 북한이 핵무기를 15개 이상 보유한 ‘핵보유 선언국가’(declared nuclear state)라고 소개했다.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수를 명시한 것은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북한을 핵보유 선언국가로 분류한 것도 이례적이어서 이번 주일미군 동영상 내용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비록 주일미군이 자체 제작한 동영상이기는 하지만,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개수를 명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미 정부는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는 핵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평가해왔지만,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등에서도 핵탄두 개수를 적시하지는 않은 것은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해석될만한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 2018년 2월 미 국방부가 공개한 핵태세검토 보고서는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능력을 불법으로 계속 추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북한이 핵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정도로만 북한의 핵능력을 언급했었다.

비슷한 시기 국방장관실이 미 의회에 제출한 ‘북한에 관한 군사·안보 상황 진전’(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DPRK)이라는 보고서에서도 북한의 핵실험 진전 상황과 함께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기가 장착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다만 북한의 핵탄두 보유 개수 추정치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비공개 보고서 일부가 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밝혀진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8월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방정보국(DIA) 비공개 보고서를 입수해, 북한이 최대 6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었다.

이밖에도 지난 2017년 7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의 핵탄두 제조량을 10~20개 정도로 추정했고, 2016년 11월 헤리티지재단은 북한이 핵무기 8기를 보유했다는 추정치를 내놓은 바 있었다.

그러나 미 국방부나 군 당국이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적시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어, 이번 주일미군 동영상에 나타난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15개 이상)이 어떤 근거로 제시된 것인지, 또 어떤 의도로 핵무기 개수를 명시하면서 북한을 핵보유 선언국가로 분류한 것인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는 북한이 핵무기 15개 이상 보유한 것을 명기해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고, ICBM 제거를 핵심 목표로 하는 대북정책으로 수정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상황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적의 핵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핵에는 핵으로, 우리 대한민국도 핵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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