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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영남의 오아시스’ 김천고등학교 탐방영남 인재 양성의 요람 ‘김천고등학교’를 찾아서
   
 

휴대전화와 사교육의 공백을 독서와 자기주도학습으로
전국 모집 자사고 중 유일한 남자 고등학교
학습 능력 향상 위한 일에 재단·학교·교사·학부모 한마음



일제강점기 ‘영남의 오아시스’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김천의 명문고 김천고등학교를 찾았다. 교문을 지나 드넓게 펼쳐진 잔디운동장 너머 붉은 벽돌 건물들과 기념물들은 그 자체로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임을 설명해 줬다. 겨울방학 중이라 교내 곳곳이 조용했지만 불이 켜진 1학년 교실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잠시 후 미로처럼 연결된 건물들 사이를 지나 찾은 교무실에서 이경근 교장과 나영호 교감을 만나 개교 88년을 맞이한 김천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천고는 1931년 일본제국주의의 수없는 방해 가운데 민족학교로 출발했기에 지금껏 전국의 어느 학교보다도 올바른 국가관과 민족관, 세계관이 분명하게 확립된 학교이다. 이를 반영이나 하듯 전국에서 유일하게 김천고 신입생들은 매년 3월 1일에는 삼일절 기념식과 함께 신입생 입학식을 가진다.

이는 건학 이념을 삶으로 경험하는 것이며 고교에 입학한 학생이 해야 할 본분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의식이요, 절차이다.

김천고는 포항제철고와 함께 전국 10개뿐인 전국단위 자사고이면서 전국 유일의 남자학교로 잘 알려져 있다. 매년 재학생들에게는 연간 3억원에 달하는 재단을 비롯한 각종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일반학교와 달리 연간 3학기 교과과정 운영되고 있다.

이어 김천고만의 토마독(토요 마라톤 독서)와 송설삼품제, 독서와 토론 능력 강화프로그램 시행, 75개의 동아리의 자율적 운영, 재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과 정기 외박 월 2회, 전교생 태권도 단증 취득, 휴대전화 없는 학교 등의 제도와 학칙은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은 물론 올바른 인성 지도까지 이뤄내고 있다.

특히 수시와 함께 정시까지 대비한 입시 전략 변경의 결과는 우수했던 지난해보다 월등히 뛰어난 결과를 얻어,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해 재단과 교사, 교직원들의 협력의 결과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 김천고의 설립과 역사·전통
고종 황제의 아들인 영친왕의 보모이자 마지막 궁중 여류 시인으로 활동했던 설립자 최송설당 여사는 일제 치하 민족 말살 정책이 극심하던 시기, ‘한 사람의 인재가 나라를 구할 수 있다!’라는 교육목표 아래 영남지역 인재를 양성하고자 전 재산을 바쳐 김천고를 설립했다.

1931년 개교한 이래 올해로 83기 졸업생을 배출 예정인 김천고는 4만여 명에 이르는 동문이 학교를 뒷받침하고 있는 전통이 있는 지역의 명문고이다. 동문 중에는 2019년 현재 18명의 판·검사가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도지사와 시장, 교육감 등 정치와 경제, 행정, 사회, 문화 등 각계각층에서 맹활약하며 모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 대학 입시 준비 변화와 이를 통해 얻은 성과들
2010년 자사고로 전환한 김천고는 수시 위주의 대학 진학을 지향해 지도해 왔지만 지난해 정시도 살펴봐 달라는 일부 학부모의 요청을 받아들여 부분적으로 체제에 변화를 줬다. 특히 수시원서 접수와 수시 합격자 발표 등으로 어수선해지는 고3 교실 분위기를 막고 정시 준비하는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학교는 수시원서 접수 기간인 지난해 8~9월 방과 후까지 정상수업을 진행하고 난 후 야간 시간에 별도로 수시원서를 작성토록 지도했다.

이와 함께 반편성에서도 특색을 두어 시행했다. 먼저 수시반과 수시 우선반, 정시반과 정시 우선반 등 4개 유형으로 반을 구분해 학생의 지향하는 시험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비토록 변화를 줬다.

이 방안은 주효했고 곧바로 결과로 입증됐다. 시행 결과, 수시 결과 발표 후에도 고3 학급 분위기를 안정시킬 수 있었고, 최종 결과를 살펴볼 때도 지난해보다 월등히 우수한 정시 합격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서울대에 수시 10명 합격에 이어 정시 모집에서도 7명이 합격하는 등 지난해에 비해 월등히 나은 결과를 얻었다.(지난해 수시 10명, 정시 1명 합격)

◇ 학생들의 전공 역량을 키우는 비결 ‘3학기 제도’
김천고는 자사고답게 자율적인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3학기 제도 운영이다. 정규 학기 1·2학기에 더해 겨울 방학 때 3학기를 실시하고 있다. 1월 초부터 약 5주간 운영되는 3학기를 통해 학생들은 정규 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심화 수업을 듣고 있다.

‘AP경제학, 논어, 중용, 인문학, AP심리학, AP통계, SAT 과목’ 등 다양한 분야에서 70개가 넘는 강좌가 개설돼 진로와 관련된 교양을 쌓을 수 있다. 이수한 과목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관련 사항이 전부 기재되는데, 이렇게 키운 전공 역량은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3학기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도 뜨거워 재학생의 7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 전인교육 프로그램, ‘송설3품제’
‘송설3품제’란 ‘덕·체·지’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김천고가 운영하는 전인교육 제도이다. 학생들이 덕품과 체품, 지품과 관련된 활동을 이수하면, 일정 점수를 부여해 개인 역량을 인증해 주며, 이 내용은 곧 생활기록부에 고스란히 입력된다. 교육부로부터 ‘우수교육 프로그램’ 인증을 받은 송설3품제는 프로그램의 성과와 운영 실태를 분석 결과, 전국 25개 자사고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선정됐다.

▲덕품 분야에는 ‘각종 봉사 및 기부 활동, 예절 교육 이수, 자치 법정, 송마독 송설마라톤 독서’ 등이 있다. ▲체품 분야에서는 ‘학교 전통인 내한(耐寒) 마라톤 순위 30% 이내 들기, 해발 1,000m 이상 산 5개 이상 등정하기, 무예 1종목 2단 이상 수련하기’ 등이 과제로 주어진다.

▲지품 분야에서는 교내 성적 우수자와 각종경시대회 수상자, 과목별 능력 인증 시험 우수자, 각종 자격증 취득자에게 인증 점수를 주고 있다. 해당 활동을 열심히 따라하다 보면, 대학 입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전교생의 30% 정도가 송설3품을 취득하고 있고, 전교생의 15%가 스페셜 송설3품을 취득하고 있다. 스페셜 송설3품은 덕품 8점, 체품, 지품 각각 5점씩 이수하는 학생을 일컫는다.

◇ 자타공인 전국 최고의 독서교육·토론수업
2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솔도서관에서는 자체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토마독(토요 마라톤 독서)’이다. 토마독은 토요일 오후 1~10시까지 도서관에서 독서에만 몰입하는 활동이다. 월 1~2회 정도 실시하며, 60~70명의 학생이 참가해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간식을 먹으면서 진행하는 하브루타 독서토론 30분과 저녁식사 1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자유롭게 책을 읽고 독서기록지를 작성하며 행사 종료 전 소감문을 쓰게 된다.

김천고는 정규수업은 물론 방과 후 수업에서도 토론・발표 수업이 많다. 교사는 길잡이 역할만 할 뿐 논제를 뽑고, 수업을 이끌어 가는 건 온전히 학생의 몫이다. 학생들의 분석력・논리력・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시행되는 토론식 수업 효과는 전국토론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 어떤 학생들이 선발되는가?
단계는 중학교 내신성적 2배수 선발, 핵심은 ‘면접’
김천고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총 240명을 모집한다. 전국단위와 경북 지역에서 각각 40%씩 뽑고, 20%는 사회통합전형이다. 이를 위해 김천고는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4번의 입시설명회를 열고 있다.

김천고의 신입생의 전국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도 지역 학생이 1/5을 넘을 정도로 많은 비율(22.4%)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이 경남(8.0%)과 서울(5.9%), 부산(5.0%), 대구(4.6%), 강원(2.5%) 등 다양성을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2013년 이후 어느 정도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국단위 자사고의 전국 경쟁률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도 김천고의 경쟁률은 오히려 지난해 1.4:1에서 올해 1.7:1로 상승했다.

◇ 재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성적 향상
김천고 발전의 큰 원동력과 에너지는 재단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에 있다. 송석환 재단이사장은 매년 전교생들에게 개인 사비로 연간 3억5천만원에 이르는 재정 지원을 하고 있으며, 특히 송설 동창회에서는 신입생 장학금으로 매년 1억5천만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2019년 신입생 장학금 1억7천만원이며, 이외 기존 장학금과 매년 3억5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천고는 사교육 대신 우수 강사를 초빙해 특강을 많이 갖는다. 특히 지난해는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로 예년(8~9월)보다 빠른 시기(3~4월)에 특강이 진행됐으며, 그 성과는 불수능이라 불리던 입시에서 어김없이 나타났다. 언어영역의 경우 작년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는데도 성적은 더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수학과 사회, 과학 과목도 수능 1등급이 다 늘었다.

학교는 올해도 특강의 비중을 좀 더 높일 계획이다. 전국 유명 강사는 물론 대학교수로 있는 동문들의 지원을 받아 효율적인 특강이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휴대전화 없이 이뤄지는 자기주도학습
김천고에는 두 가지가 없다. 휴대전화와 사교육이다. 학생 중에는 사교육 받기 싫어서 김천고를 선택한 학생도 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돕는 게 플래너 작성이다. 김천고의 모든 학생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플래너를 의무적으로 쓴다.

매일 학습 시간과 공부할 과목과 내용, 학습 만족도, 메모 등을 적는다. 담임교사는 플래너를 수시로 걷어가 확인하고 학생들에게 부족한 점을 알려주거나 코멘트를 달아준다.

휴대전화가 없는 환경도 자기주도학습능력을 끌어 올리는데 한몫한다. 휴대전화는 학교에 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휴대전화가 없음으로써 학생들은 SNS, 메신저 등 원거리 통신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친구와 대화를 하고, 갈등을 대화로 풀어나가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온다.

◇ 자사고 전환의 유익과 앞으로 전망
교육부를 통해 자사고 재지정과 관련해 제약이 많이 늘어났지만 김천고는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에서 30명으로 줄이는 등 교육청 이행 요구를 미리 이뤄내 재지정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천고와 포항제철고 등 전국단위 모집을 하는 자사고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 자사고들은 일반고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김천고처럼 전국 단위 자사고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고 축소로 전국의 우수 학생 유치가 더욱 수월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천고가 자사고로 전환되면서 지역 인재의 외부 유출 차단은 물론, 이에 따른 부(富)의 유출까지도 막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지역 명문고 육성은 지역 발전과 직결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자사고 전환 초기인 1~5기까지는 김천고 도약의 준비기라면, 6기 이후 우수 학생 유입이 확대되기 시작해 10기를 모집한 올해 자질이 뛰어난 학생들이 대거 입학했다. 따라서 올해 대학 입시 결과가 좋았지만 이후에도 더욱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경근 김천고 학교장 인터뷰

▲학부모와의 소통에 관하여…
이경근 교장은 “3년간 아이들을 믿고 맡겨준 학부모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늘 소통에 힘쓰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일절 소지할 수 없기에 아이들의 근황에 관해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이들과 항시 소통을 위해 24시간 휴대전화를 켜두고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사들에게도 늘 당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생길까 하는 걱정이다.” 이에 교사들에게는, “학부모들이 우리 교사들을 믿고 3년간 학생들을 맡겼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매사에 친가족처럼 생각하며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과의 소통과 학생 관리
“인격 형성기에 있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인성 교육은 너무나 중요하다. 성적은 보완할 수 있지만 잘못 형성된 인성은 회복이 어렵다. 우리 학교는 바른 역사관과 인성 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중시해 사생회와 자치회 등을 운용, 학생들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교장실을 항시 개방, 스스럼없이 학교 전반에 대해 고민을 토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전 분기별로 갖던 학생들과의 공식 대화의 시간을 월 1회로 늘였다.“

“동아리 활동에 심취한 아이들이 고3 입시 준비에까지 영향받는 것을 보고 모든 동아리 활동은 2학년 겨울 방학까지만 하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이라 교사가 강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학생 본연의 사명인 공부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로와 연관된 자격증 시험 등 특별 사항은 예외로 일정 기간 허용해 준다.”

▲교장으로서의 감회
“부족함이 많은 교장이다. 부족함이 느껴지는 만큼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우리학교에는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하려는 교사들의 모습을 많이 지켜보게 된다. 그러한 분들이 뭔가를 해 보겠다고 하는 가운데 생긴 실수에 대해선 교장으로서 일체 뭐라고 주의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분들이 우리 학교에 많은 것이 학교의 또 다른 자랑이다.”

최영열 기자  cyy18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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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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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천 사랑 2019-02-07 12:37:43

    항일정신을 기반으로 설립된 김천고등학교의 지성과 인성 덕성을 갖춘 교육에 감사드립니다. 영남의 오아시스로 이 나라와 이 나라 교육을 살려주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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