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옛날에는 책력의 기본으로 삼았다. 설을 세수(歲首)라고도 한다. 세수(歲首)란 한 해의 첫날, 즉 정월 초하루라는 뜻이다. 한 해의 기본, 첫날이기 때문이다.

도시 생활과 산업 사회라는 굴레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요즈음에 설날은 조상과 함께 하며 정신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심지어 차례를 없애고 여행을 보내는 가족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 해가 열리는 날 설 연휴 동안 대구공항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이 지난해보다 50%가까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설 연휴기간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는 설날이 되면 귀성전쟁이 벌어지고 친척들이 모두 모여 조상에게 정성껏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나눠 먹으면서 웃어른에게 세배를 드리면 어른들은 자손들에게 덕담을 한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귀향도 옛말이 되어 부모님이 자식들이 있는 대도시로 역귀성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설 연휴에는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아예 홀로 집에서 자신만을 위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설 명절을 휴식과 충전의 시간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설 명절은 일가친척이 함께 모여 세배를 하고 차례를 지낸 뒤 조상의 묘를 찾는다. 하지만 가족끼리 연휴 동안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시대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명절 풍경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동안 대구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떠난 사람은 2만850명 정도로 지난해 설 연휴(1만3천915명)에 비해 49.8% 증가했다. 날짜별 출국 인원은 1일 4천210명, 2일 4천25명, 3일 3천935명, 4일 4천115명, 5일 4천570명 정도로 1일과 5일 출발한 인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공항 관계자는 ”매년 명절 연휴 시작 직전일 이용객이 대폭 증가했다가 서서히 줄어들고 추석과 설날 당일 저녁부터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구공항에서 운항하는 해외 노선이 지난해에 비해 23.2%가량 증가해 올해 설 연휴 동안 공항 이용객이 작년보다 50%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여행사는 6일 설 연휴 기간 대구공항을 출발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수가 1천5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25%(300여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여행지별 비중은 동남아가 지난해 53.3%에 비해 2.4%p 증가한 5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본은 지난해 40.4%에서 5%p 감소한 35.4%, 중국은 6.3%에서 2.7%p 증가한 9.0% 로 나타났다.

올해 설은 전에 없이 우울한 분위기였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해외여행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지만 조상의 음덕과 힘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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