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긴 연휴가 끝났다. 명절 기분이 연장된 주말도 지났다. 일부 학교는 설 연휴까지 겨울방학인데 연휴가 끝나 개학을 한다. 아무리 긴연휴라도 끝이 있게 마련이다. 연휴기분을 떨쳐내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두려움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묘한 기분이다. 가장 먼저 오랫동안 비워놓아 걱정되는 사무실 일이 생각난다. 일손이 잡히지 않아 적응하는데 애를 먹겠다는 두려움이다. 갑자기 속이 거북해진다. 소화불량이 되기도 한다.
직장인은 월요일 후유증을 겪기도 하는데 명절후 후유증은 더 심각할 것이다. 비슷한 느낌으로 군복무중 휴가복귀 후유증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여름 바캉스 후 겪는 후유증도 같은 경우다.

하지만 연휴를 별탈없이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도 있다. 특히 요즘 명절마다 위기를 맞는 가정도 있는데 깨어지지 않고 넘어간 것은 다행이다.
다시 일하게 되었다는 안심도 있다. 쉬는 것이 오래되면 두렵다.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명절 후에 일자리로 복귀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명절이나 휴가같이 여러날 연속하여 쉬는 날들은 자주오지 않는다. 이기간 동안은 생활은 평상시와 다를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재충전할 기회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 자유로운 상태에서 부담없이 평소 하고 싶었던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화려한 외출도 가능하다. 여행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레저도 즐긴다. 그러나 아무래도 사무실에서의 긴장을 하지 않으니 느슨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본연의 일에 대한 리듬이 깨질 수 있다.
나라 전체가 쉬는 공휴일에는 사회도 다르게 펼쳐진다.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의 여가활동으로 소비가 늘고 특별수요로 인한 경제효과도 발생한다. 일부 서비스 업종은 이럴 때를 한몫 챙기는 대목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시스템이 완전히 정상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은행이나 관공서의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마비되는 부분도 있다. 생산보다 소비생활을 많이 하게 되니 경제에 거품이 생기고 부실해질 수 있다. 교통량도 많아져서 이동하는데 어려움도 있다. 이런 기간이 장기간 이어지면 필수적으로 생산성이 저하되어 경제에 타격이 온다.

지난 2017년 10월 추석연휴에 한글날과 임시 휴일까지 겹쳐서 전후후무한 10일 연휴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며칠만에 연휴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정상적인 일을 할 수 없게 되니 오히려 답답했었다. 준비하는 일이 있었는데 사회적 서비스 체제가 중단되어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려함은 일시적이어야 한다. 평상시와 다른 상황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당연히 길어지면 후유증을 낳는다. 익숙함을 상실한 평범함에 대한 두려움이다. 여운이 남아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도 준다. 이런 증상은 허무함으로 나타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권력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등산에서 산에 올라가는 것 보다는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상에서 물러난 후 겪는 공항을 극복해야 한다.

어쨌든 연휴가 끝났으니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일상에 적응하고 연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발적인 적응이 어려우면 강제로 적응되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과정에서 고생을 해야 한다.

일상적인 생활은 완전히 평균적이거나 아무런 특이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이한 상황도 일상속에 매몰되면 평범해질 수 있다. 일상속에는 휴식도 있고 약간의 과도함도 있다. 정기적으로 오는 주말은 일상의 한부분일 뿐이다. 휴일이나 연휴도 전체적으로 일상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농작물 재해보험에서 평년수확량이란 개념이 있다고 한다. 말그대로 평상시 수확량이다. 재해가 전혀 없는 이상적인 상황에서 거둘 있는 수확량이 아니라 평년수준의 재해가 있는 것을 감안한 수확량이다. 일상생활에도 평년수준의 휴일이나 쉬는 날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명절연휴도 일상의 연장으로 봐야 할 듯 하다.

삶의 활력소로서 휴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상으로 돌아가서 제대로 해야 한다. 일상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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