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키타에서 공부하던 시절 일주일에 한 번은 수제 라멘집에 가서 라멘을 사 먹곤 했다. 진한 돼지 육수에 쫄깃한 면발, 부드러운 식감의 차슈까지. 일본 음식 중 무엇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단연 라멘을 꼽을 수 있다.

경북 포항시 양덕동 749-15번지에 위치한 라멘 구루마(대표 정태성)는 8천원으로 즐기는 일본 여행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손님들의 손 때가 묻은 문을 밀고 내부로 들어가면 정태성 대표가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열심히 면을 삶고 있다. 거기다 귓가에 들리는 일본 노래까지 더해져 여기가 포항인지 일본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일본을 재현하고 있다.

겉옷을 뒤편에 있는 옷걸이에 걸어두고 키오스크에서 라멘을 주문해봤다. 오픈형 키친인 라멘 구루마는 주문이 들어가는 즉시 조리가 시작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나의 라멘이 만들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안심이 된다.

정 대표의 현란한 면 털기와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고 있으면 금세 라멘 한 그릇이 완성된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태성 라멘은 돼지뼈를 우려내 진한 국물이 특징인 돈코츠 라멘이다. 넓적한 차슈와 반숙 계란, 파와 김의 고명이 더욱 식욕을 자극한다.

뜨거울 때 먹어야 더욱 맛있다는 조언에 따라 얼른 수프(국물)를 먹어봤다. 라멘은 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이 또한 내 입맛보다는 자극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짜지 않고 진한 수프의 목 넘김이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니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났다. 이때 빨리 먹고 싶다고 후루룩하면 입천장이 까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면은 그리 굵지 않아 수프가 더욱 잘 배어있었다. 쫄깃한 면을 1/2 정도 먹고 나머지는 차슈나 멘마 등 다양한 토핑과 같이 먹으면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면을 차슈에 돌돌 말아 한입에 먹으면 차슈의 은은한 불 맛까지 더해져 한층 깊은 맛이 났다. 창밖에는 포항에서 보기 힘든 눈이 내리고 있고, 내 위장에는 뜨끈뜨끈한 라멘이 들어가니 취재를 빙자한 개인 사리사욕을 챙기는 게 아닐까 하는 송구스러움마저 들게 했다.

정 대표는 일본 긴자에 가서 본토의 라멘을 배웠다고 한다. 3개월의 짧은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연구,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의 태성 라멘이 완성된 것이다. 그는 매일 아침 태성 라멘을 먹으면서 조금 더 보완할 것은 없는지 항상 고민한다고 한다. 매일 라멘을 먹으면 질리지 않냐는 질문에 토핑을 다양하게 바꿈으로써 연구 겸 먹는다며 라멘 사랑의 진수를 보여줬다.

정태성 대표는 “현재 돼지를 기본으로 한 육수를 선보이는데 많은 연구 끝에 닭 뼈, 소뼈 등을 베이스로 한 라멘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다”며, “많은 분들이 라멘의 매력에 빠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쌀쌀한 겨울 날씨인 요즘, “오늘…라멘 구루마에서 라멘 먹고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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