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학부 학생 둘이 개별연구과제로 도심의 복개하천을 ‘자연형하천’으로 변모시킬 방안을 연구를 하겠다고 해서 허락했었다. 얼마 후 하는 말이, 교수님이 지난번 언급하신 칠성천이 교외지역에 위치하고 복개된 것 같지도 않은데 잘못 말씀해 주신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아뿔사, 같은 이름의 하천이 형산강 건너 철강공단 인근에도 존재함을 떠올리고 구글지도로 포항도심을 검색해 보았다.

20여 년 전 포항에 이사 와서 자주 보았던 복개되지 않았던, 꽤 폭이 넓고 검푸른 이끼에 빨간 실지렁이들이 뭉쳐있던 고속터미널 옆을 지나던 하천은 양학천, 죽도시장으로 흐르던 폭 좁은 하천은 칠성천이라고 판단된다. 포항에 오래 살면서도 필자는 이 두 하천을 구별하지 못했고, 역시 복개된 학산천과 두호천의 위치도 모르고 있었는데, 구글지도가 이 하천들을 제대로 표시하고 있지 않아서 학생들과 그 위치를 찾는데 좀 힘이 들었다.

이 하천들은 인근 구릉에서 발원하여 도심으로 흘러가며 각종생활하수와 뒤섞여 동빈내항과 인근 영일만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동빈내항이 과거 형산강 하구의 한 물줄기였는데 포스코의 건설과 함께 물줄기들이 정리되면서 기다란 만(灣)으로 변했던 것도, 그 후 물 흐름 막힌 동빈내항이 크게 오염되어 도심어항과 죽도시장을 끼고 있어 포항의 자랑이면서도 환경오염의 주범인양 오명을 쓰고 있었음도, 그 후 운하가 뚫리고 물줄기가 형산강과 연결되어 수질이 좋아지고 포항크루즈의 통로가 됨도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있는 사항들이다.

죽도시장의 제대로 정리·정화되지 않은 생선찌꺼기와 오폐수들이 동빈내항에 일부 유입되기도 했었겠지만 양학천과 칠성천의 오염수 유입이 동빈내항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지탄을 받고 있었음도 사실이다. 그 후 운하도 뚫렸지만, 상인·시민들의 오폐수정화활동과 포항시하수관거사업으로 인해 동빈내항이 더욱 정화되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 시장님을 위시하여 담당공무원들이 복개하천 밑을 탐사하는 모습이 TV뉴스에 나왔고, 수질이 예상 외로 깨끗하다고 했다.

우리 학생들의 과제는 ‘포항시가 장기적으로 이들 하천의 복개를 걷어내고 자연형하천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연구해 보는 것이었다. 이러한 자연형하천 조성이 전국각지에서 꽤 오래전부터 유행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서울도심의 청계천이다. 청계천은 한국전쟁이후 피난민들과 영세민들이 몰려 살던 슬럼지역이었고 수질오염도 극심했었다. 그런데 1961년 1단계 복개공사 완공을 시작으로 1970년대 초반에 복개가 마무리되고, 1976년에는 그 위에 고가도로를 놓아 도심교통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 이를 허물고 테마성 가미된 자연형하천으로 조성하였다. 이는 도심의 랜드마크로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끌어 모으며 주변을 활성화시키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도심의 양학천과 칠성천의 복개를 걷어내어 일부 테마성을 지닌 ‘자연형하천’으로 조성할 경우, 이곳도 청계천 같이 다양한 경제사회문화적인 파급효과를 지니게 될 것을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포항은 철강산업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기에 이러한 자연친화적인 도심하천의 개발은 그 자체로서 도시미 향상, 이로 인한 시민 삶의 질 향상, 관광객유치로 인한 경제파급효과 등과 함께 좀 더 파격적인 브랜드효과를 지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자연친화적인 도심하천들은 동빈내항과 연결되고 또한 송도 및 영일만해수욕장과 연결되는 관광코스 및 트래킹코스가 될 것이다. 청계천과 마찬가지로 잉어, 붕어, 송사리는 당연히 살게 될 것이지만, 바다와 직접 연결되는 이곳으로는 뱀장어, 은어, 황어들도 물길을 타고 올라오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단점이라면 현재 교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복개구간이 없어짐으로 인한 교통문제라고 보고 있다. 더구나 서울의 청계천에서 보듯이 탐방객 및 관광객들이 모여들 것이기에 주변개발과 교통문제를 복합적이고 광역적으로 풀어나가지 않으면 않될 것이다. 주변도로 확장, 대체도로 확보, 공공교통 확장 등의 노력이 없다면, 심각한 교통혼잡과 함께 이 지역은 사람들이 찾기 힘든 장소가 될 것이고 추진 중인 도심재생사업들이 힘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보고들 있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십년 전부터 하천환경개선사업이 시행되었는데, 주로 수로 안돌 붙임, 고수부지 초목식재, 산책로·자전거길 설치, 체육시설·주차장 설치 등 하천공원화사업이었다. 이러한 사업들은 기존의 홍수방지, 수질오염방지 등 治水위주로 정비되던 하천의 親水性 提高를 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요즈음 추세이자 바람직한 하천환경개선사업은 하천 서식처 보전·복원을 포함하는 것이다. 하천영역을 유휴공간으로 여겨 하천기능과 관련 없는 시설들을 크게 도입함이 利水·治水·生態環境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자연형하천’이면서도 청계천의 경우 같이 많은 이들이 찾는 테마성이 가미된 공간조성을 꿈꾸는 우리들로서는 결정이 쉽지 않은 요소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는 것이다. 우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자본이 크게 필요하고, 교통문제와 토지이용상의 이슈들이 해결되어야 하는 등 과제들이 많고, 더구나 그 목적과 방법이 미리 정리되어야 할 과제라고 보기에 시민들의 장기적 의견교환과 담론형성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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