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재근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 /사진작가 안성용 제공
문화유산은 대부분 창조적 행위의 결과물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은 자본재중 가장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다. 지역과 자손대대로 먹거리 자산이 되는 동시에 문화원형으로서 문화다양성의 근간이 되고 씨앗으로 남는다. 우리가 문화, 예술을 공공재로 여겨 지원 육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기 동안 그 토대를 만들고 싶다는 차재근(61) 문화재단 대표이사를 18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 초대 대표이사로서의 포부는.
"지역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 전통적 지방주의, 변증법적 지역주의를 넘어 이제 비판적 지역주의로 들어섰다. 지역은 중앙에 분권의 권리로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겠지만, 종속이 아닌 지역이 가진 문화적 특성과 다양성에 기반 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때이다. 이제 포항은 포항 to 로컬, 포항 to 글로벌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정부 대부분의 문화정책 영역에 관계하여 왔다. 정책과 집행, 이론과 현장, 국내외 네트워크 등 제 영역에서 쌓아온 경험과 성과를 포항에 모두 쏟아 붓겠다."

- 포항의 문화적 특수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포항은 바다와 강, 아름다운 해안선과 영일만을 안고 있기에 워터 프론트가 매우 매력적인 도시이다. 포항운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문화 콘텐츠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운하가 포항의 새로운 성장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교류의 가치는 해양문화를 지탱하는 시작점으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철의 도시를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산업 혹은 소재로서의 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철에 담긴 서사와 무늬를 말한다. 철광석이 시민이라면 쇠는 예술가이다. 프로슈머 창의시민의 관점은 세계적인 문화트렌드로 성장했다. 시민의 문화적 삶 속에서 성장하는 예술 선순환 구조의 가치를 품고 있다. 철을 만들기 위해선 고로(용광로)가 있어야 하는데, 용광로는 뜨거운 열정의 폭발과 분출을 상징한다. 이는 곧 청년문화와 해양문화를 상징한다. 철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지니지만, 혼·합금을 통해 전혀 새로운 소재의 철로 변화되며 그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인류가 가진 문화다양성과 교류, 혼종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철은 두드릴수록 단단해 질뿐만 아니라, 용도를 다한 쇠 덩어리는 새로운 철로 다시 만들어진다. 지진(재난)과 산업적 위기를 극복하고 쇠퇴한 지역을 문화적으로 재생시키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 시민이 주인이 되는 문화도시란.
"시민중심 재단이라는 것은 두 가지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 먼저 협치, 거버넌스 등의 과정의 주체로서의 시민이다.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그 틀을 만들어 가겠다. 다른 하나는 행위 주체로서의 시민이다. 이미 세계적인 문화향유의 트렌드는 엘빈토플러가 예견한 대로 프로슈머 문화시민의 시대로 들어섰다. 시민은 스스로 창조하고 소비한다. 지역예술 생태계의 선순환을 촉진하기도 하며 일부는 예술가로 성장한다. 시민중심이란 과정과 행위의 주체로의 시민을 인식하고 이를 문화도시의 근간으로 삼자는 것이다."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문화적 도시재생의 세계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던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 대한 요즘의 평가가 매우 냉소적이다. 빌바오 시민들의 무관심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도시안의 섬으로 치부된다. 지역 공동체에 대한 미술관의 이탈이 주된 원인이다. 또, 과정과 행위의 주체로서의 시민의 역할과 참여가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포항이 진정한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선 시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수반돼야 한다. 세상에 문화 불모지는 없다. 포항은 문화 불모지가 아니다. 시민의 삶의 구제적인 현상에 가치를 발견해 내고, 생각과 의식 속에 인문성을 부여해 나가는 것이 곧 문화시민이다.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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