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약계층의 채무를 최대 95% 탕감해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들의 사회적 활동 재기를 돕겠다는 취지지만 반복되는 채무탕감에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선방안’의 내용을 보면 오는 6월부터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의 채무를 탕감해 주는 프로그램이 시행된다.

대상자는 3개월 이상 연체한 기초수급자와 장애인연금 수령자, 70살 이상 고령자다. 10년 이상 1500만원 이하의 소액채무를 장기 연체한 저소득층도 해당된다.

채무에 대해 상각채권은 원금의 70~90%를, 미상각채권은 3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1500만원 이하 장기연체자의 경우 채무조정으로 감면된 채무를 3년간 연체 없이 성실히 상환했다면 잔여채무를 모두 면제해준다.

먼저 원금을 대폭 깎아준 뒤에 3년 동안 성실하게 갚으면 남은 빚도 탕감해 주는데, 이렇게 되면 최대 95%까지 감면효과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실업이나 휴직, 폐업 등으로 연체자가 된 사람들은 최대 6개월 동안 원금 상환을 미룰 수 있게 된다. 그래도 상황 개선이 안 되면 최대 10년간 나눠서 낼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금융권의 채무조정은 연체 90일 이후에 가능했는데 이미 회생 불능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이전에 재기를 돕자는 취지다.

또한 연체가 90일 넘은 신용불량자 중 아직 금융회사가 채권을 손실처리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최대 30%까지 원금을 감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미상각 채권 원금을 감면해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취지는 좋은데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채무를 없애 준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1억원 이하 원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 채무를 탕감해 주었다. 그동안 채무자의 빠른 재기를 위해 지원했지만, 이번 정책은 신용도가 양호한 일반 채무자에 대한 빚 탕감까지 확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도 신용불량 상태인 채무자의 이자만 탕감해줬을 뿐 원금은 안 해줬다. 빚 탕감이 확대되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성실히 빚을 갚는 채무자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똑같은 어려운 처지에도 빌린 돈을 연체하지 않고 제대로 갚은 사람들이 더 많다.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버티면 결국 정부가 탕감해준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서는 곤란하다. 빚 탕감과 같은 정책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현 정부 들어서 두 번째다. 정책이 이래서는 곤란하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