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평생 닦았던 학문의 핵심은 “양심으로 욕심을 극복하면 언제 어디서나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경에서는 양심을 진리의 마음(道心)이라고 불렀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세상 안에서나 밖에서나 제약이 없이 선한 유일한 것이라고 일컬은 ‘선의지(善意志)’가 바로 양심인 것이다.

양심은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바른 말과 행동을 하려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양심은 도덕적 판단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사람들은 양심이 살아있는 사회를 바란다.

최근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모 판사는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8)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3년 2월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 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대로 훈련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나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행위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이런 신념을 갖게 된 배경 등을 검토한 끝에 결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로 인해 고통을 겪는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해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다.

그는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여러 매체를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은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이는 전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A씨는 이런 이유로 입대를 거부할 결심을 하고 있었는데, 입영 전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으로 양심과 타협해 입대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신병 훈련 과정에서 군 복무는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입대를 후회했고, 결국엔 자원해서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회관관리병으로 근무했다.

제대 후에는 더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며 예비군훈련에 모두 참석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이 판사는 A씨의 예비군 훈련거부가 절박하고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비폭력주의’ 등 개인의 신념에 따른 양심을 인정한 사례로, 향후 양심적 병역거부의 폭이 종교를 넘어 윤리·도덕·철학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병역이 공적인 영역이라면, 이를 거부하는 특정한 신앙과 가치관은 사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가 공적 영역의 우선성을 주장한다면 예비군 훈련 거부는 기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보편적 인간 가치를 고려한다면 새로운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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