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시내 목욕탕과 찜질방 등 319곳에 대해 불시 소방특별조사를 벌여 120곳(37.6%)에서 법규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이후에도 서울 시내 목욕탕과 찜질방 3곳 가운데 1곳 이상이 여전히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목욕탕 화재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여전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은 형식에만 그쳤다.

대구 포정동의 대보사우나 화재는 설마가 불러온 인재다. 업주의 노후건물 관리 미비와 대구시·소방당국의 불성실한 관리점검이 참사를 키운 원인이라는 말이다.

화재가 발생한 포정동 대보상가는 건축 후 40년이 지난 노후 건물이다. 지상 1·2층은 상가, 3층은 찜질방, 5∼7층은 아파트다. 4층부터 7층까지는 3층 옥상에서 2m 가량 안쪽으로 들여 지었다. 노후건물인 만큼, 지난 2012년 9월 시행된 소방시설법의 적용도 받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화재는 가연성 소재로 된 천장 마감재를 타고 번졌다. 천장에 40년 가까이 쌓인 먼지가 화약처럼 불을 빠르게 번지게 했다는 것이 소방관계자의 설명이다. 창문도 모두 밀폐돼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대보사우나에는 목욕탕과 같은 근린생활시설(바닥 면적 합계가 1천m²이상)에 설치해야 하는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대보사우나는 상가 관리위원회의 두 차례 자체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설비가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대보사우나가 10명이 채 들어가지 못하는 사우나 시설만 있어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대구시와 소방당국의 안일한 관리와 점검도 문제다. 대보상가는 지난 해 두 차례의 소방 안전점검을 받았지만, 불이 난 대보사우나는 점검에서 제외된 것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지난 해 2월 행정안전부 주관의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했다. 당시 대구시는 1천 곳의 소규모 다중이용시설 등을 점검하고, 전담인력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대보사우나는 점검대상에서 빠졌다.

중부소방서도 지난 해 복합스파시설 합동안전점검 과정에서 4층의 대보사우나를 제외했다. 이후 3층의 향촌하와이에 대해서만 점검을 실시하고 안전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대보사우나는 일반 대중목욕탕, 향촌사우나는 복합스파시설로 각각 등록됐다는 이유다. 향촌사우나는 2004년 영업허가를 받아 비교적 엄격한 소방법을 적용받은 곳이다.

인근 주민들은 “말로만 점검한다고 하고 대충 해놓은 것이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 예고된 인재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고 했다. 사고는 시간도 장소를 불문하고 예고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철저한 안전의식만이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당국이 화재가 날 때마다 뒷북만 치는 일은 이제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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