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연 남산초 교사

졸업과 종업. 지난 한 해 우리 아이들은 한 뼘씩 잘 자라주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잘 자라준 동안에 어른들은 더욱 깊어졌어야 할 텐데 얕게 흔들리는 어른은 아니었는지.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리 살라하던데 아쉬움이 늘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곧 진학과 개학. 설레임과 함께 성큼 찾아올 3월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슬며시 기지개 켜본다.
어느새 새로 배정받은 교실 안에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1년을 동고동락할 보금자리에게 '잘 부탁한다'며 속말도 건네 본다. 올해 이 교실에서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해마다 학교의 2월, 특히 봄방학은 아이들이 없어 조용한 것 같지만 사실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새 학기 시작 전에 아이들을 맞을 각종 사전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학교는 매년 전체 학생들의 진급이 이뤄지고, 교사들의 전보 및 학년 이동도 있다. 어떻게 보면 기다리지 않아도 반복되는 당연한 오고감이고 만남이지만, 이 크고 작은 만남의 의미는 늘 새롭게 다가온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방문객

우리네 삶 속에서 타자는 나에게, 나는 타자에게 늘 방문객이다. 시인 정현종은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가 온다고 했다. 우리가 살면서 얻게 되는 큰 행복 중 하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맞아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부서지기 쉬운, 부서지기도 했을 그 사람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바람. 그 바람의 숨길이 환대이다.

지금 나의 교실은 이러한 '환대' 준비로 한창이다.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성장할 소중한 나의 방문객들. 그들을 위해 마음을 내어줄 정성스런 채비를 한다. 각기 다른 삶을 통해 각각의 빛깔로 형성되어 있는 그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고, 이해하기란 마냥 쉽지만은 않다. 우선은 바람의 숨결을 닮아보려 해본다. 부서지기도 했을 그 마음들과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야겠다.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헤아릴 수 있도록 마음결을 다듬어 다짐해 본다.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없고 허튼 인연은 어디에도 없다.

나 또한 그들 삶에서 새로운 방문객이기에 존중받고 이해받는 환대이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우리들 만남에서 진심이 통하길 바란다. 2018년처럼 2019년도 환대의 마음을 모아, 걸림돌이 있을지언정 디딤돌로 도약하여 함께 걸으며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다시, 새로운 문 앞에 선 당신과 나에게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때이다. 모두의 하루가 설레고, 모두의 하루가 서로 환대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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