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暎根 주필

20대 남성들의 문재인 정부 불신에 대해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규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하는 게 교육”이라면서, “이명박 ᐧ 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보다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하고 “과연 당시에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20대 남성의 여권지지 이탈 가속화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는데,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당 중진인 최고위원이고 현역 국회의원이라니 정말 한심한 현실 인식에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현 여권의 이런 현실 진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젊은이들이 여기 앉아서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아세안 가보면 ‘해피 조선’이라고 할 것이라면서 젊은이들을 질책하였다. 즉 칭얼거리지 말고 동남아라도 나가 구걸이라도 하라는 투였다.

비단 김현철만이 아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20대 남성들의 현실 비판에 대해 “자기들은 축구도 보고 온라인 게임도 하고” 하면서 “여자들은 안 해서 불리하다고 느낀다”고 힐난하였다. 참 가소로운 비판이다. 20대 남성들은 잡기만 하고 노닥거렸다는 것이냐!

이렇듯 20대 남성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여권 인사들의 망언이 기승을 부리자 대학가에는 ‘왕(王) 시리즈 대자보’라는 문 대통령을 풍자하는 비판이 나붙기 시작했다. ‘마차가 말을 끄는’ 기적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왕 문재인’이라고 비꼬는 글이 풍미하고 있다.

왜 이런 힐난이 쏟아지는지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무조건 20대 남성들이 교육을 잘못 받아 일어나는 현상이라고만 치부하고만 있으니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 않은가!

2017년 6월 ‘데일리 오피니언 6월 통합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은 87% 라는 고공행진을 하였다. 그렇다면 그때는 교육을 잘못 받았던 20대 청년들이 제정신이 아니었던가?

지난 해 12월 1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9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3일간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60대 남성의 지지율 34.9%보다 더 낮은 29.4%로 비상등이 켜졌다.

왜 이런 현상이 돋아났는지 아직도 모르고 20대가 반공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괴망측한 망언이나 하는 이런 부류들이 여당에 자리하고 있으니, 생기발랄한 20대가 뿔이 난 것이다.

취업에 인생의 전부를 걸고 있는 청년들이 보는 현실은 참으로 암담하다. 지난 1월 산업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20대 고용률은 57.8%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보다 0.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아르바이트라도 하려 하지만 자리가 없다. 고용절벽이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제도 확대, 어디 발붙일 곳이 없다.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가운데 정규직 취업에 성공은 1명, 비정규직 포함하면 2명, 나머지 8명은 무위도식 신세다. 그런데 노조는 정년퇴직자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고용세습이(현대자동차 ᐧ 금호타이어 등) 시정되지 않고 있으니, 이런 불공정도 바로 잡지 못하는 대통령을 누가 지지하겠는가?

현 정권은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막은 지 오래되었다. 자기들 지지층이 하는 말은 전부 옳고, 그 외 국민들은 전부 적폐세력으로 간주하는지 돌아보지도 않으려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 국민들이 다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왜 일언반구도 없는가?

탈원전만 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들의 안위를 염려하여 폐쇄하기로 하였다면, 원전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한 후 결단을 내려야지, 비전문가들 말만 듣고 있다고 한다.

한국전력은 작년 영업 손실이 2080억 원이라고 밝혔다. 잘나가던 한전은 탈(脫)원전 정책 영향으로 벼락을 맞은 것이다. 값비싼 LNG와 석탄으로 발전량을 증가시키니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대로 가면 기업도 쓰러지고 서민들도 쓰러진다.

어디 전력 문제만 아니다. 병역 문제만 하더라도 지금 ‘양심적 병역거부’를 논할 시기가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예비군 훈련을 20회나 기피한 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였다. 병역거부 자는 양심적이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애국 청년들은 비양심적이란 말인가!

국리민복을 염원하는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대통령의 결정이 언제나 지고지순은 아니다.

소상공인의 아우성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주휴수당 부담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장관들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말하고 있다. 솔직하게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전환을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젊은이들을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지 마라. 정부, 여당의 잘못을 젊은이들에게 돌리지 마라. 오만이고 자기기만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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