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주말 가족들과 외출하기 위해 집근처에 있는 대학의 정문옆 이면도로를 운전하고 있었다. 갑자기 어떤 사람이 차로 달려들었다. 나는 미처 못보았는데 옆에 타고 있는 아내가 놀라 소리를 지르기에 급하게 차를 세웠다.
그사람은 혹시 방을 구하느냐고 묻는다. 부동산 중개소 사장이었다. 뒷좌석의 딸들을 대학생으로 보고 가족이 방을 구하러 온 대학생가족인가 싶어 영업하러 접근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대학가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학생들이 학기초에 방을 구하면 한학기 내내 계속 살게 된다. 때가 때이니 만큼 집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소로서는 일년농사가 달려 있어 필사적인 듯 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위험하게 주행중인 차로 뛰어들다니. 무슨 목숨이 여러개 된다고 이렇게 목숨을 걸고 호객행위를 하나..

운전을 하면서 보니 대학주위에 원룸건물이 많다. 원룸은 고시원, 오피스텔과 함께 도시형 소형주택에 속한다. 방 하나에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설비만 갖춰져 있다. 이동네에는 나이 많은 은퇴자들이 퇴직후 학생들에게 세를 받아 노후 생계를 꾸려나가려고 원룸이 많이 세웠다고 한다.

학기가 시작되면 대학가에는 방을 구하는 학생과 방을 세놓으려는 집주인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원룸 주인들은 풀옾션에 관리비 면제 등 좋은 조건을 붙여놓고 세입자를 유인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쉽게 방을 구하지 못한다. 먼저 기숙사부터 알아본다. 부모님의 용돈을 받는 처지라 저렴한 곳을 찾아야 한다.

자녀가 외지에 있는 대학에 가게 되면 부모는 학비문제 뿐만 아니라 생활비를 부담하느라 허리가 휜다. 생활비의 상당부분이 원룸월세와 같은 주거비용이다. 부모의 부담을 줄이려고 학생이 아르바이트라도 한다면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학점관리도 안되고 취직공부도 어려워진다.

그런데 수도권대학이냐 지방대학이냐에 따라 부담도 달라진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가면 주거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도권에서는 지방에 비해 숙소를 구하기 어렵고 비싸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나 가난한 학생들이 거주하는 고시원은 환경이 열악하다. 얼마전에는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안에 살던 사람이 희생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나도 근무지가 서울에 발령나서 2년간 좁은 오피스텔 생활을 했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월세는 너무 비쌌다는 기억이 있다. 이런 곳의 대학에 자녀를 보내면 부모의 등골은 휘어질 수 밖에 없다.

지방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는 저렴하다. 원룸촌 곳곳에 빈방도 많이 보인다. 최근 저출산 현상으로 학생 수는 줄어들고 취직이 안되는 지방대학을 기피하다보니 세를 줄 학생이 별로 없다.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원룸수요마저 양극화된 것이다.

이런 원룸시장의 모습은 일반적인 경쟁시장의 패턴을 보이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이 상호간에 원할히 반영되지 않는다. 요즘 학생이나 원룸주인이나 그리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다. 합리적인 모습을 보일 수 만은 없다.
사실 원룸 세입자는 학생이나 독신자 등 단독세대로서 여차하면 떠날 사람이다. 제대로 살만한 직장인들은 원룸에 살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주말부부를 하고 있지만 근무지에서 원룸이 아닌 아파트 생활을 한다.
원룸주인의 입장에서 세입자가 없다고 지어진 원룸을 없앨 수는 없다. 공실로 두더라도 관리하는 비용은 그대로 들고 세금도 내야 하기에 사생결단으로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일부 대학가에서는 기숙사 갈등도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숙사를 많이 지으면 원룸은 세입자를 구할 수 없게 된다. 기숙사를 짓지 못하게 원룸 주인들이 데모를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요즘 청년실업문제도 심각하다.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라 대학생활에 낭만도 없다. 이런 학생과 주거문제로 갈등을 하는 원룸주인도 마냥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룸주인들 중에는 임대료를 받아서 노후생활을 할 뿐만 아니라 자녀들을 외지에 있는 대학에 보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학부모로서 더욱 난처할 것이다.

살아가기 위한 서로 힘겨운 경쟁을 하는 현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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