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이 올해로 111주년을 맞았지만 각 기업의 직원 경조사 시 친·외가에 따른 차등적 처우 등 성차별적 직장 문화는 달라진 것이 없다.

지역의 한 기업체는 장례를 치른 대상이 직원의 외조부모에게는 조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조부모가 상을 당했을 때 월 고정급여의 25~50%를 조의금으로 지급한다.

친조부모 사망 시 휴가가 3일 나오지만 외조부모의 경우 별도 휴가가 없어 연가를 내고 장례에 참석한다. 이처럼 남자 쪽 집안과 여자 쪽 집안을 구분하는 것 같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친가와 외가에 대한 차등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은 높아지고 있지만 각 기업의 실행은 저조하다. 상당수 기업은 직원의 조부모가 사망할 시 조사(弔事) 휴가 일수와 조의금을 친조부모와 외조부모에 따라 다르게 지급하고 있다. 국내 10개 대기업의 규정을 살펴보면 친조부모 조사 휴가 일수는 최소 2일에서 최대 5일, 외조부모 조사 휴가는 지급하지 않거나 최대 3일이다.

문제는 직원 경조사 시 처우 사항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각 기업은 관련 규정 여부와 내용을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사내 규정에 성차별적 요소를 둬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의 인식 개선 활동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국회에선 친족 사망에 따른 근로자 조사 휴가 시 친가와 외가 차별 금지를 골자로 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 국회의원 2명은 지난해 7월과 5월, ‘남여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3년 외조부모를 차등 대우하는 건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각 기업에 노사합의를 거쳐 자체 개선하라는 의견표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나 기업은 실행이 없다.

외가와 친가라는 단어 자체가 차별적이다. 어머니 쪽 가족에 ‘외’자를 붙이고 부차적인 단어로 부르는 관습부터 바꿔야 한다. 성차별적 시선은 우리 사회의 절반을 구성하는 여자의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고 그 능력을 제한하기도 한다.

남자와 여자는 대등한 존재이다. 인간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을 통해서 종을 이어가고, 문화, 역사 어느 한쪽이 없이는 지속되거나 발전하기 어렵다. 따라서 여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한 명의 인간으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는 각 기업의 성차별적 직장문화의 관행을 투명하게 조사해 공개하고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개선토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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