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선거가 끝나면 선거자금 수사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수사의 초점은 선거 비용을 대기업으로부터 불법적으로 모금했다는 데 있다. 지금껏 금단의 영역에 있었던 불법선거자금 수사는 이제 선거가 끝나고 나면 으레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갈래의 이기적 야만성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선거에서 당선되고 나면 모든 허물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는 안하무인격의 이기주의다.

다른 하나는 법이 있든 말든 다른 사람이 법을 지키든 말든, 나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는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기회주의적 이기주의다.

안하무인격으로 벌거벗은 권력의 요구를 빗겨갈 수 있는 기업이 있겠느냐고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차떼기를 요구하는 야만성 못지않게 그에 응하는 것 역시 야만적이다. 아니 오히려 더 악랄하다고 할 수 있다. 기회주의는 그 속성상 정상적인 질서를 교란하고 악용하기 때문에 그 폐해는 질서를 신뢰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불법 자금을 바친 기업의 행태를 보면 이런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이런 기회주의적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면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은 홉스의 자연 상태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살게 되고 말 것이다.

인간의 이기성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본래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이기적 행동이 모두 허용되거나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사회의 법과 질서는 정당화나 허용 가능하거나 이기적 행동을 한계지우는 역할을 한다.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법과 질서의 한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자유주의 시장 경제 체제다. 이와 연관해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보이지 않는 손 논리다. 인간의 이기적 행동에 대한 국가 혹은 공동체의 간섭이 배제될 때 전체로서의 부(富)는 증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 못지않게 ‘보이는 손’도 중시하였다. 차떼기에 응한 측이 차떼기 행위조차도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로 정당화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은 보이는 손 즉 법과 질서 등 사회 경제적 정의를 기회가 되면 무시하거나 빗겨가는 행동을 서슴지 않아왔다. 그러면서도 그런 행동을 외부 탓으로 돌렸다.

우리가 탓할 것은 사람들의 이기성이 아니라 정도를 넘어선 이기적 행동이다. 우리가 멀리해야 할 것은 기회주의적 이기주의자를 보면 분개하다가도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똑같은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번 조합장선거는 더 이상 불법 선거자금으로 수사를 받는 일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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