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진 U&L연구소장

‘좋은 전쟁보다 나쁜 평화가 낫다!’ 얼핏 들으면 일리 있는 말 같지만 국제 정치 관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이는 매우 위험한 궤변이요, 심각한 망발이다. 우리나라는 백의민족으로서 예로부터 전쟁보다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었다. 그러므로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는 말 자체는 진실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자유의 소중함을 느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하여 전쟁도 불사하였다. 70여 년 동안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즉, ‘자유’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왔으며,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 체제가 사회주의 일당독재 체제에 비하여 월등히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체제임을 경험해왔다.

자유와 평화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지켜야 할 가치 있는 것이므로 그 누가 이를 빼앗으려 한다면 개인의 인권과 국가의 주권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생명을 바쳐서 담대히 맞서야 할 성질의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항하여 전쟁을 두려워하지 말고 담담히 맞서 싸울 각오를 다지는 일을 국가가 앞장서야 한다. 특히 개별 국민이 아니라 국가적 수준에서는 국민의 영토와 생명과 재산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아니 된다.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 자유를 파괴하려는 세력을 추종하거나 동조하는 자는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으며 자유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한국 사회에는 거짓과 궤변이 진실과 공의로 위장되어 정치, 문화, 검찰, 교육계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물리, 화학, 생명, 지구과학 등 자연현상은 확실성의 원리(principle of certainty)를 추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현상을 연구할 때는 확률성의 원리(principle of probability)를 추구할 뿐 그 속에서의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방법에 의하여 탐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unity)하다.

만일 "질 나쁜 평화가 전쟁보다는 낫다”는 이 진리라면 구한말 대한제국을 팔아먹은 이완용 등을 비난할 수 없게 된다. 6.25 한국 전쟁에 목숨 바쳐 자유 대한을 지킨 사람들의 희생이 가치 없는 일이 된다. “전쟁을 통하여 이기는 것보다 더럽지만 참고 견딘 평화가 더 낫다”고 한다면 자유 대한민국을 핵폭탄으로 위협하는 1인 공산 독재 정권에 넘기는 일은 너무도 쉬워진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가운데 극좌 극우의 성향을 지닌 소수파 개인과 다수의 합리적인 중용 집단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국가 또는 지도자의 이름으로 균형된 시각을 버리고 극소수파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이를 정책으로 수립 시행한다면 역사 발전에 역행할 뿐 아니라 정반합의 불행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민 주권, 국민의 생명과 자유, 인권과 평화 등과 같은 매우 본질적인 정책 문제에 대하여 불행하게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적 검토 없이 권위주의적 또는 감상주의적 발상으로 뜯어고치는 위험 수위의 궤변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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