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暎根 주필 ᐧ 한동대 특임교수

자신의 분수는 모르고, 잘난 체 설치면서 거들먹거리는 사람을 두고 ‘똠방 각하’라고도 하고, 생선 측에도 들지 못하는 ‘꼴뚜기’가 어물전을 좌판을 차지하고 있으니, 같은 생선이 비위가 뒤틀려 어물전 망신시킨다고 꼬집는 것이다.

이런 꼴뚜기 행각이, 그것도 국내가 아니고 먼 외국 국제회의에서 어처구니없는 작태를 연출한 장관급 인사가 출현하였으니, 이것도 나라인가 하는 여론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세르비아에서 개최된 국제경쟁정책 워크숍에서 야기된 저질 코믹의 한 단면이다. 이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장관 급)이 강연문에서 한국 대기업을 사회악의 중심인 양 몰아치면서 맹비난하였다.

그는 ‘성장의 견인차’로서 재벌의 순기능을 언급한 뒤 “10대 재벌 자산 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이르는데 직접 고용 인원은 전체 시장의 3.5%에 불과한 94만 명에 불과하다면서 사익 추구를 통한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는 파렴치범으로 매도하였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국내에서라면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하라는 의미의 메시지라고 이해하겠지만 국제회의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망발을 하였다는 것은 반국가사범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속담에 ‘조상 무덤에 대못을 박았나’ 하는 말이 있다. 원수가 된 집안의 멸망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그들 조상 묘에 말뚝을 박아 후손이 번성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저주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 일본 관헌들은 한국인의 정기가 흐른다는 산맥을 찾아 중요한 곳에 쇠말뚝을 박았던 못쓸 짓을 한 것을 광복 이후 실지로 우리가 찾아낸 일도 있었다.

요즘 좌익들이 대기업에 대해 가하는 일련의 행위나 정책적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자기들 조상 묘에 대기업들이 대못을 박았는지, 철천지원수가 아니고서는 감히 할 수 없는 해악을 가하는 일들이 다반사다.
그렇다 하여 정부 대표가 공적 업무를 행하는 국제회의에서 국내 재벌들을 성토한 행위는 무슨 변명을 하여도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다.

물론 그간의 한국 재벌들이 독점적 위치에서 갑질을 한 사례들은 무수히 있고 그것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러나 한국 재벌들이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

이런 김상조 위원장이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경쟁학회에서는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것만으로 경쟁 당국의 규제 논거가 될 수 없다”라고 발표하면서 “삼성 ᐧ 포스코 ᐧ LG ᐧ 현대차 등은 미래에도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고 하고 “모든 한국인은 이 기업들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 “제한된 자원을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시켜 재벌기업을 탄생하게 하였다면서 큰 것을 나쁘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발언도 하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군(群)에서 한국 정부가 대기업에 대하여 사사건건 간섭하고, 경영에 압력을 가하는 사회주의적 행태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날 회의에서 독일 경제에너지부 페터 알트마이어 장관이 “다른 국가들은 TV ᐧ 반도체 ᐧ 자동차 등 분야에서 산업정책을 통해 국가대표기업을 키우며 유럽연합(EU)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한국을 세 차례나 언급한 것은 경제 선진국까지도 한국 대기업의 발전에 공감하고 긍정한다는 사실을 표현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들 기업(삼성, LG, 포스코, 현대차)은 미래에도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일 것이며 모든 한국인은 이 기업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갑자기 김 위원장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세르비아 발언이 한국 내에서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김 위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였을 당시 일부 대기업 파산으로 국가 경제 전반이 붕괴된 사실을 지적하기도 하였는데, 물론 대기업들의 안목이 세계화되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당시 정치권이 반미 ᐧ 반일(反日)적 발언을 쏟아낸 결과, 한국을 고의적으로 광풍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도 오늘의 정치 잣대에서 깊이 음미해야 할 교훈이다.

경제 후진국가에서 한 세대 안에 선진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기적의 근저에는 반도체 ᐧ 자동차 ᐧ 조선 ᐧ 철강이 한국 주력산업으로 분투하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 협력이익공유제, 등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정책은 그간의 대기업이 잘못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쥐 잡으려다 독 깨는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을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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