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지진' 대규모 피해소송', '자연지진' 판명 땐 지역사회 거센 반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와 연관있는 유발지진일 가능에 대한 조사결과가 20일 나온다. 지질 전문 학자들 간에도 ‘유발지진이다’, ‘아니다’로 나눠져 견해가 엇갈리면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돼 왔다. 지역사회단체는 수많은 이재민과 재산피해를 낸 포항지진을 유발지진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해온 만큼 이번 정부 발표에 학계와 지역사회단체 등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포항지진 정부조사단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과 흥해읍 남송리에 설치된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정부조사단이 대한지질학회 주축으로 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한지 1년여 만이다.

이날 발표에 국내외 조사단과 조사위원이 함께 할 것으로 알려져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피해가 컸던 흥해읍 주민들과 사회단체는 유발 지진에 따른 정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도 준비 중이다. 항간에는 조사단 발표 이후 수천억대 소송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포항지진은 경주지진과 함께 가장 큰 지진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 추산 2만여 건의 시설물 피해와 피해액만 551억원으로 집계됐다.

포항 시민들로 구성된 범시민대책본부는 지진의 직접 원인을 지열발전소로 규정하고 지열발전 을 계획해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을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로 했었다. 또 지난해 대책본부는 피해주민들을 위한 1인당 1일 위자료를 정부에 청구했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지열발전사업 시작 전 어떤 대책을 세웠는지 등에 대한 국민감사도 요구했었다.

시민단체가 유발지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학계는 견해가 엇갈렸다. 지진발생 원인을 놓고 자연발생이라는 견해와 흥해읍 남송리 진앙지 인근에 설치된 지열발전소로 인한 유발지진이라는 입장이 엇갈리면서 학자들 간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이진한 교수 등은 포항 지진이 자연 지진이 아닌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유발지진이라는 연구 결과를 작년 4월 해외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 교수 등은 지열발전소 물 주입이 지진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했었다. 여기에 대한 파장으로 시민단체 피해보상 청구소송이 이어졌다.

또 시민대책본부는 이 교수 등이 발표한 사이언스지 연구 자료를 근거로 유발지진을 확신했고, 이를 은폐한 정부를 향해 비난을 이어왔다.

유발지진이 아닌 자연지진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 지진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자들이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소신 발언을 하는 학자들도 나왔다.

한 지질학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규모 5.4 지진 단층은 앞서 확인된 단층과 방향이 다른 점을 주장했다. 1개 단층면이 아니라 여러 개의 단층에서 일어난 점을 들어 지열발전소 물 주입이 모든 지역의 지진을 일으키는 데 기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다. 이는 물 주입에 따른 유발지진이라는 이진한 교수 등이 발표한 사이언스에 실린 내용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지진 발생 당시 진앙지와 가까운 흥해읍 남송리에 국내 첫 '㎿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이 한창이었다. 해당 발전은 지하 4㎞ 땅속 지열을 이용하기 위해 물을 지하로 투입시켜 지열로 만들어진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땅속에는 파이프라인을 설치할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하거나 빼는 작업을 진행했고 이로 인해 유발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논란이 돼 왔다.

지열발전소와 지진발생 연관성에 대한 의심이 이처럼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산자부를 중심으로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 하기로 하고 대한지질학회를 조사 수행기관으로 정해 지난 3월부터 25억원을 1년간 투입해 정밀조사를 실시해 왔다.

정부 조사에 대한 실적이 나오지 않자 한 때 지역사회단체에서는 정부의 진실성 있는 조사를 요구하는 시위가 주요 도로에서 펼쳐졌다.

산자부 관계자는 “조사를 마쳐야 연관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사분석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만 내놨었다.

정부 조사단 발표를 앞두고 대한지질학회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진행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은 물론 조사연구의 내용과 결론을 담긴 보고서도 배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 지역사회 나오면서 조사결과 발표 이후로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포항지진 시민연대 마정화 대표는 “포항지진은 자연재해가 아닌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임이 국내외에 드러났다. 산자부가 주도한 조사단 조사결과는 객관성을 검증할 수 없기에 양심있는 전문가 집단의 검증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정부 발표결과에 따라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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