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유난히 추웠던 작년 겨울에 비해 올 겨울은 비교적 포근했다. 그러나 미세먼지로 고생을 많이 하였던 기억이 있다.
지난주 올해 들어 처음으로 꽃샘추위가 왔다. 꽃샘추위는 미세먼지를 밀어내고 맑은 하늘을 선사했다. 모처럼 맑은 하늘에 꽃샘추위를 반기는 분위기도 일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니 아무래도 몸이 움추러지고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봄을 맞아 이완된 몸이 갑자기 한기에 노출되면 무리가 간다. 이로 인해 야외활동이 지장을 받게 되어 일정이 뒤틀리기도 했다. 당시 나는 당시 제주도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얇은 옷을 입고 가는 바람에 추위에 대처하지 못하고 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다.

꽃샘추위는 일종의 기습추위인데 학창시절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이라고 배웠다.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서민들에게 심술을 부리는 날씨다.
예측못하는 기상이변은 일종의 재난이다. 난방시설이 부실한 서민들을 고생을 할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일기예보라도 있지만 과거에는 봄이 왔다고 생각하고 얇은 옷을 입고 있다가 무방비 상태에서 꽃샘추위를 맞게 되면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우수나 경칩에 깨어난 개구리가 얼어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똑같은 이치로 여름이 지난후 더운 기운이 남아 있어 가을에 갑자기 무더위가 오는 현상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는 것을 보면 더위로 인한 피해보다 추위로 인한 피해가 훨씬 체감도가 높은 것 같다.
결국 겨울이 끝났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을 만들게 한다. 조심스럽게 한번 더 살펴봐야 한다.

꽃샘추위와 미세먼지는 봄의 불청객이다. 그리고 삼한사온처럼 일정한 패턴도 있다.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후현상인 것도 공통점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기후적으로 주변국가 특히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고 완전히 고립될 수는 없다. 봄철에 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많은 것이 날아온다.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벼멸구와 같은 해충도 서풍을 타고 바다를 건너온다고 한다. 좋든 싫든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인가 보다.

요즘 날씨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가 꽁꽁 얼었다는 느낌이 든다. 일자리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잘 풀리지 않고 있다. 해결될 듯 하던 정치 경제 문제가 돌발적인 외부의 변수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한동안 내려가던 기름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꽃샘추위와 같은 퇴행적인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겨울이 다시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심해도 한겨울 엄동설한이 될 수는 없다. 갑자기 맞는 추위로 생활이 불편해지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다시 겨울옷을 꺼내 입기는 좀 어색하다.

꽃샘추위는 어떻게 보면 물러가는 겨울의 마지막 저항이다. 앞으로 한두번 더 꽃샘추위가 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해결될 수 밖에 없다.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라는 뜻으로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이 따른다거나 좋은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꽃샘추위나 잘 안풀리는 사회문제들은 이런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봄이 오는 것은 역사의 흐름과 비슷하다. 방향을 완전히 거슬러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꽃샘추위는 봄이 와야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어쨌든 봄이 왔다는 말이다. 봄이 오면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왔다. 봄이 왔으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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