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서 책임을 전가하며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으며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결정은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 달려있다고 하는 것은 결국 미국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들의 정당성을 과시한 후에 미국의 양보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제시한 안을 받아들이면 대북제제를 풀어줄 수 있음을 유도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해놓고 유엔 대북제재가 강화되니, 식량부족으로 생계마저 어렵다고 한다.

미·북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일주일이 지난 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는 올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금액과 현황을 담은 40여 쪽짜리 연례보고서를 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주민들의 삶이 암담한 사실 그 자체였다. 이상고온과 가뭄 등으로 작년에도 생산량이 재작년보다 50만t(9%) 줄어든 495만t에 불과해 전체주민 2500만 명 중 1090만 명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고, 도시와 농촌거주 5세 이하 영·유아 15%가 발육부진과 영양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제재를 위반하면 강도 높은 처벌을 받기 때문에 북한으로 향하는 인도적 물품의 통관·운송에 관여하는 나라와 기업들도 극도로 조심해 종종 전달이 지연된다고도 한다. 북한이 이러한 구호물품을 시장에 팔아 그 대금을 전용한 사례들도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이 가뜩이나 부족한 자원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쓰는지 전 세계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북지원금이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2011년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 31발의 비용을 9700만 달러로 추정했다. 그 당시까지 핵미사일 개발 비용만도 수십억 달러로 추정됐다.

인구 절반이 구호대상이고 숱한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영구적 장애’를 겪어 유엔이 우리 돈 1360억 원의 모금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홍보책자에 북한의 어린이들이 김정은의 팔에 매달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비핵화회담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하노이에서 재확인된 북한의 셈법은 기존 핵미사일은 놔두고 영변 핵시설 하나 없애서 경제에 타격을 주는 모든 제재를 풀겠다는 것이었다. 이게 틀어지자 북한은 다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유예를 계속할 것인지,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벼랑 끝 전술로 옮겨가고 있다.

북한 당국이 그토록 놓지 못하는 핵무기는 과연 누구를 지키려는 것인지 북한 주민만 불쌍하다. 북한 김정은은 북한 주민을 위하고 남북 공동의 평화를 위해서 지금 당장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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