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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조급한 사업이 빚은 인재
   
▲ 수리자극으로 인한 지하의 공극압 변화 모델링. /대한지질학회 제공
2017년 11월의 포항지진(규모 5.4)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대한지질학회 주관으로 1년여간 연구를 수행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지열발전을 위해 굴착한 지열정에 주입한 고압의 물에 의해 포항지진이 촉발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단이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대해 이런 단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은 지열정 굴착과 물 주입 등 지열발전 실증연구 활동과 포항지진 발생 사이에서 명확한 인과관계를 확인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 지열 발전이 지진을 유발
지열발전의 원리는 수㎞ 지하에 물을 넣고 지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4∼5㎞ 정도로 땅을 파 지열정을 뚫고 이를 통해 지하에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한 활성단층이 있으면 지진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열발전 실증연구에서는 지열정 굴착과 두 지열정(PX-1, PX-2)을 이용한 수리자극이 시행됐고 굴착시 발생한 이수(mud. 泥水) 누출과 PX-2로 주입된 고압 유체에 의해 퍼진 압력(공극압)이 포항지진 단층면 상에 남서 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미소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포항지진 본진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돼 거의 임계응력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는 게 연구단 결론이다.

수리자극 과정에서 가해진 주입압력과 주입량 상세 자료를 이용해 주요 진원에서의 시간에 따른 공극압을 계산할 결과가 지진 발생의 시공간적 분포와 일치한 것도 지열발전 실증실험이 지진발생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2년 전 포항지진이 일어난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수백m 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열발전소가 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전소에서 지하에 주입한 물이 단층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작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 조급한 사업추진이 빚은 인재
유례없는 인적·물적 피해를 낸 포항지진이 사전 준비 없이 조급하게 추진된 사업으로 빚어진 인재라는 지적이다.

이강근 연구단장(서울대 교수)은 "'유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를 뜻해 그런 의미에서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다"며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열이 높은 지진·화산대가 지열발전에 유리하지만 이런 지역은 단층 활동도 활발해 지진위험이 상존한다. 포항지진은 사전 지질조사로 활성단층을 확인해 적합한 부지를 선정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사업으로 추진해온 포항 이산화탄소 해저저장시설 사업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일만 앞바다에 연간 5천∼1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는 이 사업은 포항지진 발생 이후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한 전문가는 "정부는 사업을 시행할 때 적은 예산으로 빠른 결과를 원한다. 지열발전은 한국에서 처음 하는 것이라 경험도 없고 촉발지진에 대한 경각심도 적었다"며 "신재생에너지는 미래 세대를 위해 중요한 사업인데 이런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 조사 결과로 포항에서 지열발전과 이산화탄소 저장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겠지만 신재생에너지와 이산화탄소 저장은 계속 연구해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 과제"라며 "이 사건이 앞으로 철저히 준비해 사업을 추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론도 제기됐다. 실증연구에서 주입한 물의 양이 규모 5.4의 지진을 발생시킬 만큼 많지는 않다는 의견이다. 포항지진의 본진이 일어난 단층에 충분한 응력이 어떻게 쌓였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연구단의 조사는 다음달 끝나며 추가 연구 진행 계획은 없다.

이부용 기자   queenn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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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정 굴착 및 수리자극 실시 현황. /대한지질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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