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연 남산초 교사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도 꽃은 피어나니, 마음 한 켠은 어김없이 설레는 봄이다. 시작이 시작되었다. 십수년동안 일 년에 두 번씩 되풀이되는 개학임에도 전날 밤잠 설침이라는 전조증세는 아직도 극복되지 못한 채 무거운 눈꺼풀과 미지근한 두통으로 개학을 맞이하였다. 3월. 아침마다 익숙하지 않은 다소 새로운 풍경이 내게 인사한다. 아직은 여행지의 어떤 숙소에서 또 다른 하루하루를 만나는 느낌이다. 올해로 열 여섯번째 새로운 풍경. 적지않은 경력임에도 생소함에 대한 불안감과 불편함은 여전하다. 그래서 3월의 내 마음은 늘 장터처럼 시끄럽다. 이렇게 '새롭다'는 것에는 설렘과 동시에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도 담겨져 있다. 새로운 친구들과 새 선생님을 만나 새로운 시스템에서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변화된 환경에 내 아이가 잘 적응할까 학부모들도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흔들리며 피는 꽃>

아침 눈뜸도 버겁고, 하루 움직임도 버겁고, 세상에 나만 힘든 것 같은 3월이다. 함께 성장통을 겪으며 애쓰고 살아가는 게 지금 우리 모습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 치열한 3월을 보내고 있는 나의 아이들에게 오늘은 이렇게 격려의 말을 건네 본다. “애썼어요. 수고했어요. 고생 많아요. 잘하고 있어요."

얘들아, 이 세상 꽃들도 다 흔들리며 핀단다. 이 세상 꽃들도 다 그리 비에 젖으며 바람에 흔들리며 핀단다. 처음이라 비록 서툴고 떨림이 있어도, 그 긴장과 고통이 성장하게하고 여기에 용기가 보태어지면 희망을 품게 해 줄 거야. 나 역시도 피곤한 마음을 스스로 위로해본다. 어른이 되면 나무가 자라는 나이테의 성장통도, 비바람을 겪는 아픔도 조금은 잦아들고 무감해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비에 젖는 마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게 맞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여전히 더듬더듬 헤매면서 아직도 어른 성장통을 겪고있는 내게도 격려해본다. 세상 모든 만물은 흔들리며 성숙한단다. 주어진 일에 충실하다보면, 진심은 통하고 진정성은 빛날 것이다. 젖음에 여유롭고, 흔들림에 유연할 마음을 가지고 싶어 오늘은 잠시 숨을 돌려 본다. 오랜만에 맑아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며칠의 비에, 며칠의 바람에, 고단해진 우리 마음을 찬찬히 만져본다. 4·5월이 오면 온세상 봄꽃이 앞다퉈 폭죽을 터트릴 것이다. 길고긴 겨울을 아프게 통과했으므로 이제 봄을 맞이할 차례다.

세상의 모든 젖고 흔들리는 고단한 마음을 위로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희망찬 내일을 응원합니다. 시인의 말이 그냥 힘내라는 말보다 잔잔하지만 깊이 있게 와 닿는다.
칭찬 한마디가 하루의 기쁨을 줄 수 있고, 한마디의 위로가 가슴의 행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칭찬에서 용기를 얻고 위로에서 또다른 희망이 생긴단다. 작은 위로에서 기쁨을 얻고,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어깨 토닥하며 격려가 절실하다. 말 한마디로 다독여주고 힘을 주는 꽃같은 고운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아름다운 삶, 그런 향기나는 사람이 되도록 꾸준히 가꾸며 살아야겠지요.

3월의 학교는 하루하루 극적이고, 꽤나 버겁다. 3월의 내 마음은 늘 장터처럼 시끄럽다. 왜 이리 평화롭지 못하고, 왜 이리 기쁘지 못할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이유는 단 한가지 '조급함' 때문이다.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함이 불편해 스스로와 타인을 채근하고, 환경과 상황을 탓하기 일쑤다. 마음이 바쁘고 감정이 격해 있을때는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기껏 일을 진행해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바쁠수록 돌아라가. 적당한 거리를 두어라. 조급함은 일을 그르치는 적이란 말도 생각이 안난다.
느긋함과 관망의 여유. 때로는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이 필요하다. 끓어오르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지켜볼 수 있는 지혜. 관망한다는 것은 그저 바라본다는 것이고, 그저 바라본다는 것은 복잡한 고민과 상념을 제쳐두고 감상한다는 것이다. 섣부름은 반드시 후회를 남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