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지역 단체장들의 결의로 진행되던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국방부의 차일피일 늦추던 지역 선정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부산과 대구를 최근 한 달 사이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각기 다른 뉘앙스의 발언으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공항 관련 사업이라 엄청난 예산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 국가 미래와 후손들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기에 누구보다도 신중해야 할 대통령이 너무나 애매모호한 언행으로 일관, 지역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무회의나 청와대 회의 석상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라 지역을 찾은 문 대통령이 그 지역 현안 관련 발언 도중 나온 말들이라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발언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지난 22일 대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살펴나가겠다”며 응당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니만큼 인정하고 협조하겠다’란 뜻의 말을 했다.

이에 대해 “TK 지역에 왔기에 ‘선심용’으로 하는 말”이라는 해석과 함께 “대통령의 지지로 통합신공항 추진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는 낙관론도 나왔다. 그러나 이 낙관론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미심쩍은 면이 많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 방문 한 달 전인 지난달 13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부산스마트시티 혁신전략보고회에서 ‘김해신공항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란 뜻을 밝힌 바 있다.

김해신공항 전면 재검토는 이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결정된 정책을 전면 부정하겠다는 것으로 부산·울산·경남도에는 가덕도 신공항 유치의 희망을 살려주는 것이며, 대구·경북엔 2013년 4월부터 추진해 정책 결정을 목전에 둔 대구통합신공항 사업의 발목을 잡는 발언이 된다. 대구공항 이전 후보지 2곳 중 최종 한곳 선정을 앞두고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부산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부산·김해시민들이 문제 제기하는 내용은 잘 알고 있다”며 “김해신공항 사업 관련 문제는 부산·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와 연관돼 시작된 문제이고 그 입장이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어느 쪽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한 뒤 “만약 영남권 5개 광역단체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에서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국무총리실 검증계획을 전했다.

영남권 합의를 전제로 하지만 합의에 실패할 시 2차로 국무총리실 검증을 통해 합의와 관계없이 신공항 사업을 새롭게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당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구·경북 정계와 지역민들은 “공항 문제에 또다시 혼란을 제기한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다가오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한 부산·경남 지역민의 민심 달래기용 발언이다”고 성토했다.

결국 두 지역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이러한 지역 지지성 발언은 정치성을 띤 발언에 불과하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이 가장 최근에 나온 발언인 것과 지난 22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김해공항 확장 재검증이 부지재검토는 결코 아니다”란 발언,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요구 답변서에서 “김해공항 확장이 합리적”이라고 언급에 따라 통합신공항 건설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기대감도 점차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중요 시점에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을 강력히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발언과 태도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에 거점을 둔 국회의원이 지역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주당의 ‘지역 현안을 여당과 정부에 전달하고 해결하겠다’며 결성한 민주당 TK발전특별위원회가 최근 논란이 되는 김해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들은 ‘대구·경북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100년 미래가 걸린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여당의 힘을 끌어올 것이라고 믿고 뽑아준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으로 차기 총선에서 결국 처참하게 버림받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총선의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였던 후보들 역시, 실현 가능성 없다고 평가되는 군 공항만 경북 도내로 이전을 통한 대구공항 활성화 방안만을 주장하는 등 지역 발전을 위해 초당적 협력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의 이익과 다른 민주당 당론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고향이며 지역구인 부산·경남(PK) 지역에 대한 대통령의 부담과 TK 죽이기에 나선 여당에 대한 TK 민주당 발전특위와 당직자들의 행보(行步)에 총선을 앞둔 TK 지역민의 눈과 귀가 주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역 발전을 생각하고 여당을 찍어 준 표가 사표(死票)에 불과하게 된다면, 계속되는 TK 차별에 상처받은 민심은 분노를 넘어 배신감에 들끓을 수밖에 없다. 정부 각료 인선과 정부 예산, 예타면제 사업, 각종 정책 사업 등에서 타 시·도에 비해 노골적일 정도로 철저히 소외된 시·도민에게 대구통합공항 이전 사업이 더 큰 상처로 주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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