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어느 순간 갑자기 만사가 귀찮아진다. 일할 의욕도 떨어진다. 직장에서 기계적으로 하는 일만 빼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평상시에는 잘 하던 일도 싫어진다. 친한 친구의 부탁이라 꼭 해야 하는 일은 간신히 했다. 한마디로 무기력하다.
나는 성격상 꼼꼼하지 못해 가끔 게으르다는 인상을 보여주곤 하지만 실제로는 벌이는 일이 많고 하는 일도 많은 사람이다. 가만히 있는 것을 가장 싫어해서 항상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성격이다.
그런 내가 요즘 왜 이렇까. 계절을 타는 것일까. 아니면 무리해서 에너지를 소진한 탓일까?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니 젊을 때의 열정이 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이라는 말이 있다. 열정적으로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내가 여기에 해당되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지난 주 여러 가지 안좋은 일들이 겹쳐서 조금 피곤하긴 하다. 개인적으로 몇가지 시도를 했보았는데 운이 나빴는지 모두 실패하였다. 그러다보니 지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번아웃이 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과거에 더 힘든 상황도 많았지만 지금만큼 의욕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그냥 일시적 현상일 것이다.
일시적인 의욕상실은 살다보면 흔히 있는 일이다. 삶의 무게일 수도 있다. 나 혼자만의 일이라면 이런 지면에 글로 나타내어서도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요즘 사회 전체적으로 의욕상실이 거대한 트렌드가 되는 듯 하다. 혹시 나도 이런 흐름에 휩쓸린 것일까?

요즘 젊은이들에게 의욕을 잃고 포기하는 흐름이 있다고 한다.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로부터 시작하여 오포세대, 칠포세대 등 포기를 하는 가지 수가 점점 늘어간다. 특히 결혼과 출산의 포기는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연결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취업포기와 맞물려 있다. 직업이 없으니 가정을 꾸릴 수 없는 것이다. 취업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능력이 없어서 포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스펙을 보면 우리세대에 비해 매우 화려하다. 그리고 그냥 쌓아진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쌓은 것이다. 무슨 원대한 꿈과 야망이 있어서가 아닌 단지 취직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건은 좋지 않다. 일자리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맥빠지는 현상들이 많이 나온다. 의욕이 없는 젊은이들을 더욱 의욕을 잃게 만든다. 그래서 포기하는 것은 어쩌면 속이 편할 수도 있다. 힘들게 일자리를 찾지 않고 복지시스템에 안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결국 사회전체의 번아웃 신드롬이 퍼진 것이다.

지난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작년 결혼출산율을 좌우하는 혼인 건수가 지난해 46년만에 가장 적었다고 한다.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청년실업, 집값 부담 등이 결혼을 꺼리는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구직포기자도 많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일할 능력은 있지만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가 1,6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속에 일자리를 찾는 것이 만만치 않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세대들이다. 포기하기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 우리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아니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를 위해 포기를 하면 안되는 세대이다. 이들의 번아웃을 막는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나는 매일 아침에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물론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뜨기 귀찮아질 때 가족을 위해 출근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어난다.
그런데 침대에서 일어나면 그다음부터 출근할 때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순간은 번아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바쁘게 생활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번아웃이 해소되었다. 젊은이들도 이런 방식으로 치유하는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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