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빚만 늘어 사람도 기계도 못쓰는 중고령 자영업자들… 최저임금 여파 알바들 설자리 잃어

▲ 장사가안돼 폐업한 구미옥계동 이불집
한국은 자영업자가 먹고 살기 힘든 나라다.

이중 젊은세대 보다 중고령 자영업자는 더욱 힘든다.
청년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줄이기 차원의 키오스크(무인계산기) 도입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지만 중·고령 자영업자는 이마저 여의치 않다.

OECD 대상 국가들중 사회·경제적 여건차 반영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OECD 국가들 중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며 3위는 멕시코, 4위는이탈리아다.
그만큼 우리나라 자영업들은 OECD 국가들 중 그리스 다음으로 생존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 고전하는 자영업자들 설땅이 없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생필품과 소모품은 물론 자동차 나 바늘까지 홈쇼핑이나 옥션, 지마켓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팔아 개인삽을 차려 놓아도 장사가 안돼 설땅이 없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신금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8개 카드사 매출 자료에 따르면 연 매출 5천만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올 상반기 월평균 매출금액은 182만5천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90만4천원보다 4.1%나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연 매출 5천만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전체 가맹점 247만개 중 56%에 달하는 138만개다.

매출 구간 별 소상공인 업종 가맹점의 매출 자료를 보면 △연 매출 1~2억원 이하 가맹점이 지난해 대비 1.5% △5000만원~1억원 이하 가맹점 3.2% △5000만원 이하 가맹점 5.7%로 나타났다. 연 매출이 낮은 가맹점일수록 매출 감소 폭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지역별로도 전국 17개 시도 모든 지역에서 월평균 매출금액이 줄었다. 광주가 5.4%로 감소폭이 가장 높았고 뒤이어 서울 5.2%, 경기 5.1%, 제주 4.9%, 대전·세종·울산 각각 4.7% 순이다.

업종별로 보면, 연 매출 5천만원 이하 가맹점 중 유통·숙박·음식점·의류 등 소상공인 관련 11개 업종의 올 상반기 월평균 매출금액은 190만2000원으로 지난해 201만7천원에서 년 새 5.7%나 줄어들었다. 유통업이 8.2%나 감소했고, 숙박업종 8.0%, 요식(음식)업종 5.6%, 의류업종 5.1%, 가구업종 4.8% 등 11개 업종 전체가 매출이 줄었다.

이는 경기 부진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을 더욱 옥죄게 만든 것이다.

명색만 사장이지 결국 알바보다 못한 수입으로 창업후 얼마안돼 폐업하고 만다.

◇ 최저임금 인상 사람이 일할자리 기계가 대신

구미 A대학 2학년인 이모양은 인동의 한커피솝에서 알바로 일했다. 3개월 수습기간 중 12월까지는 최저시급의 90%인 6,800원, 올 1월은 7,550원을 받았지만 2월부터는 정상 시급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수습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업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당시 업주는 “인건비 부담도 크고 커피솝 영업부진으로 고용하기 힘들다”며 해고 이유를 전했다.

이후 커피솝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를 줄이고자 무인계산기(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이는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자 젊은 자영업자들이 무인계산기 등 도입으로 기계가 사람대신 일을하고 있다.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줄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고용감소 원인이 되고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이 알바생 1,383명을 대상으로 한 ‘무인 결제‧운영시스템 키오스크 확대'에 대한 설문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 가량인 56.3%가 “키오스크 확대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 유명프렌차이즈 매장은 물론 영세사업장까지 키오스크 도입 열풍

전국에 1,350개 매장을 두고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지난 2015년 80곳에 불과했던 키오스크 운영매장을 현재 826곳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KFC는 2017년 무인화 시스템 첫 도입 후 지난해 전국 196개 매장 중 야구장 등 특수매장을 제외한 모든 곳에 키오스크 설치를 마쳤다.

키오스크 설치 비용은 종류별로 다르지만 150만~1,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주문과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을뿐더러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것보다 인건비가 절감된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이라는 게 점주들의 평이다.

이처럼 최저임금 시급제 악영향으로 2006년 6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키오스크 시장은 지난해 2,500억원까지 급 성장세를 보였다.

구미 A 커피솝 점주는“아르바이트생 1명만 고용해도 인건비만 한 달에 180만원이 나가지만 대신 500만원짜리 무인계산기 1대는 1~2명의 직원 몫까지 해내 알바생을 채용하기보다 훨씬 낫다며, 석 달이면 기계 값을 뽑을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키오스크 열풍에도 청년 자영업자들과 달리 중·고령 업주들은 비용부담과 기계 다루기가 서툴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의 자영업 국감자료

◇ 확대되는 키오스 시장, 줄어드는 일용직 일자리

확대되는 키오스크 시장과 달리 최저 임금 인상의 여파로 일용직 등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종사자 1인 이상인 전국 사업체의 빈 일자리 수는 17만6,958개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3만4,558개 줄었다. 2011년 9월 6만850개가 감소한 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고용 형태별로는 상용일자리가 3만799개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임시일용직을 채용하기 위한 빈 일자리도 3,780개 줄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일자리 감소의 주범이 되고있다.

이런 상황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은 이해가 가지만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안정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고용환경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주는 정책 도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구미소상공인 협회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이 큰 자영업자들은 한푼이라도 지출을 줄이고자 무인기계 설치를 확대해 나가겠지만 중·고령 영세 자영자들은 이들과 달리 아날로그 세대상 키오스크 도입이 쉽지 않아 장사를해도 적자가 계속돼 결국 폐업하는 슬픈 자화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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