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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년퇴직을 앞두고정영숙 현대자동차 공작기계부
   
▲ 정영숙
정년퇴직을 한 후로 세상에 외면당한 것 같아 사람을 피하게 되었다던 선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퇴직을 인정하지 못해 출근한 직원이 있으니 설득을 해 달라는 후배의 부탁을 받은 적도 있다. 퇴직이 몇 년 남지 않은 나이가 되고 보니 이러한 일들이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는다.

주부로,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30년을 넘었다. 직장생활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주어진 일이 버거워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때로는 얽매인 직장생활에서 도망치려고 사직서를 만지작거렸던 적도 있다. 그러나 막상 현역으로 일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시점에 이르고 보니 자유로워진다는 설렘보다는 알 수 없는 착잡함이 몰려온다.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계좌의 잔액이 줄어드는 데 대한 부담감이 무겁게 다가온다. 또한 노인의 고독사와 자살에 대한 뉴스가 퇴직 후 삶에 대한 불안함을 더해준다. 정년퇴직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간단하게 표현할 수 없는 이유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 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데 걸린 시간이 17년으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빨랐다고 한다.
통계청조차 예측하기 어려웠던 급속한 고령 사회 진입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유발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통계는 은퇴를 앞둔 사람들의 심리에 두려움으로 작용한다. 또한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생각해 보게 한다.

많은 노인은 퇴직에 따른 자존감 상실과 경제적 빈곤, 건강 악화로 인한 일상생활의 제한, 배우자를 잃은 외로움,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 등으로 힘든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무관심은 노인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기도 한다.


나의 자리, 나의 역할에서 배제된 삶이 의욕적이거나 희망적일 수는 없다. 4차 산업에 대한 담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대사회는 젊은이들이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급속하게 변화 발전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인들은 자신의 삼을 비관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퇴직을 앞두거나 퇴직을 한 사람들이 겪는 현실적, 심리적 불안함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노인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청년 실업 문제도 심각한데 정년 연장이나 노인 일자리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혹자는 말한다. 심하면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니 나이 든 사람들이 빨리 퇴직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노인 문제는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노인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들의 빈곤이 심각해지면 결국은 청년이 노인을 부양하게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구조다. 설령 나이 든 사람들의 퇴직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면의 사회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러한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노인들의 사회활동 지원은 물론, 현실에 맞는 복지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또한 기업들은 노인들의 능력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노인 세대가 우리의 짐이 아니라 이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지우고 노인과 젊은이가 서로 배려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맞이하는 정년퇴직, 오랜 세월의 결실인 정년퇴직이 본인에게는 보람이 되고 후배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노년의 여유로운 삶과 궤를 같이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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