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출산율 저하로 한국의 인구증가가 정체상태이고 노년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 얼마 있잖아 인구감소가 크게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수도권은 인구증가가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는 반면 지방도시, 특히 중소도시들은 인구가 줄고 경제산업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얼마 전 국토연구원이 축소도시 20곳을 발표했는데, 경북에만 7개가 모여 있다. 국토연구원은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인구주택총조사자료 등을 활용해 42개 지방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인구변화 추이 등을 분석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20개 도시를 심각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축소도시’로 규정했다.

이 연구는 1995~2005년, 2005년~2015년까지 연속으로 인구가 감소했거나, 두 기간 중 한 기간만 인구가 줄었으면 최근 40년 간 인구가 가장 많았던 ‘정점인구’에서 25% 이상 인구가 줄어든 도시를 축소도시로 규정했다. 경북에서는 경주, 영천, 영주, 안동, 문경, 상주, 김천 7곳이다. 경주도 한때 30만 넘는 인구가 있었지만, 20여 년간 5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인근의 철강산업도시 포항은 축소도시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지난 20여 년간 인구성장이 정체상태이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에 비해 지방도시의 낙후 내지 경쟁력 약화라고 보아지는데, 이는 글로벌화 상황에서 중소도시의 불리함, 성장동력부재, 일자리부재, 국내인구증가 정체 등이 문제로 꼽힐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경부축을 중심으로 대전, 대구, 부산으로 연결되는 발전축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수도권의 경제·산업과 정치·사회·문화적 집중은 대단한 것이었다. 국가차원에서 균형발전을 위해 1960년대 이래 다양한 관련 정책들을 써 오고 있었지만 쉽지 않은 과제였다. 또한 근래 들어 출산율제고를 위해 출산·보육·육아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국가지속가능발전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전국, 특히 경북 중소도시들의 인구와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책이 무엇이며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경주만이 아니라 이웃 포항도 지진까지 겹쳐서 인구가 줄고 경제위축이 심한데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차원의 대책을 다시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경주와 포항이 자체적으로 인구증가 및 경제산업발전정책을 밀고 나간다면 가까운 장래에 축소도시 내지 낙후도시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경주는 천년고도 역사문화관광도시이고 포항은 글로벌 철강산업 및 R&D도시인데, 이러한 도시들이라면 경제활성화는 물론이고 인구도 감소보다는 증가해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함은 글로벌경쟁체계 하에서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및 산업친화적 인프라가 부족하고, 관광문화인프라가 부족하고, 교통을 포함한 접근성에 문제가 있고,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출산율저하와 노령층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노동력감퇴는 경제쇠퇴만이 아니라 국가소멸과도 연계 될 수 있는 문제라서 국가차원에서 출산율제고, 노동력확보 등 다양한 중장기정책들을 수립추진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경주와 포항도 국가소멸과 도시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적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며, 또한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제산업발전에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잡고 잘 정착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급선무라고 보며, 지진안전도시로서 여건을 잘 갖추고 홍보할 필요도 있다.

한편 이 두 도시는 인구축소상황 가운데서도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중소도시로서도 번영을 누리는 도시들이 없지 않으므로 이를 참고하자는 것이다. ‘작은 도시 큰 기업’이라는 주제의 책들에서 언급한 강소도시들은 글로벌교통네트워크에 문제없고, 전문가·기업인 및 그들의 가족들을 위한 정주·교육환경이 우수하고, 일과 후 즐길만한 문화적 바탕이 있는 도시들이다. 또한 기업들이 태어나고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제도적·가치사슬적 여건들로 형성된 ‘기업생태계’ 및 ‘벤처생태계’가 잘 형성되어있다.

첨단산업 육성은 대학연구능력강화·연구소유치, 지역산업과의 R&D네트워크 강화, 벤처생태계구축 등에 의해 이루어질 것인데, 이는 경주와 포항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경주는 역사문화관광도시로서의 발전과는 별도로 포항의 가속기연구소 등과 연계한 첨단산업발전계획수립이 중요하다고 보며, 포항으로서는 포스코, 포스텍과 나노융합기술연구원 등 첨단연구소, RIST, 한동대, 포항테크노파크 등의 R&D 및 생산능력들을 좀 더 활용하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도시로서의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해양관광 등은 영일만항 크루즈부두 완성을 계기로 두 도시가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인구축소·경제쇠퇴상황에서 인접해있고 공항·항만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이 두 도시는 네트워크 도시체계 추진도 심각히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도시들 간에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면서 경제·산업면에서 강한 네트워크와 보완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울산-경주-포항 네트워크 도시체계를 언급하지만, 여러 여건상 가장 유리하고 실현가능한 것은 포항-경주 네트워크 도시체계라고 본다. 규모가 두 도시보다 월등히 크고 광역지자체가 다른 울산과는 또 다른 형태의 네트워크가 작동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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